정부가 지방세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정치권의 반대에 직면하자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는 무책임한 행정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며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 성격으로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정 장관은 특히 “일선 자치단체장들도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원하지만 선출직이어서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십자가를 내가 지겠다”고 덧붙였다.
행자부는 올해부터 지자체별로 2000~1만원인 주민세를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으로 인상하고, 영업용 승용차 자동차세도 3년간 100% 인상키로 했다가 국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올들어서도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추진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행자부는 증가하는 복지 재원 충당을 위해선 주민세·자동차세 등의 인상이 불가피하고, 일선 지자체들도 요구하는 사안이라며 인상 강행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히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올해는 지자체의 요구도 없고, 국회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는 증세 책임을 일선 지자체들에 떠넘기고 있다.
행자부는 올해 지방 자체 수입 확충 유도와 지방재방관리 강화를 위한 지방재정 혁신계획을 수립·추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행자부는 일선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개정, 주민세를 인상하고 체납세 징수율을 높여 지방세를 더 많이 걷으면 지방교부세를 더 주겠다는 방침이다.
지방교부세를 더 받고 싶으면 서민경제와 직결된 주민세를 올리라는 것으로, 정부 차원에서 주민세 인상을 추진했다 비난 여론에 부딪히면서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한 뒤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한 셈이다.
상하수도 요금 현실화 계획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 추진된다.
현재 상수도와 하수도 요금의 원가율은 각각 83%와 36% 수준으로, 행자부는 2017년까지 이를 90%와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부터는 중앙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지방재정에 영향을 주는 사업을 하기 전에 미리 지방재정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행자부의 지방재정 혁신계획은 겉으로는 지방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열악한 서민경제 사정을 외면한 채 지방세 증대를 통해 복지시책 등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을 확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과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데다 지자체의 재정 구조를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결정한 뒤, 이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은 지방재정 건전화는커녕 지방재정 악화만 야기할 뿐이라는 게 일선 지자체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또 지방재정 운용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 지자체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지방자치의 중앙정부 예속화만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일선 지자체에 행·재정적 부담이 예상되는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전에 지자체들과 추진 방안이나 재정 분담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일선 지자체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정부의 통제기능만 강화하겠다며 거꾸로 가는 정부는 누가 감시·감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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