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승에서 55년만의 우승을 노리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그러나 이번 패배를 놓고 어느 누구도 대표팀을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없다.
모든 국민이 그들의 투혼에 감동했고, 그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있다. 다리에 쥐가 나 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도록 달리고 또 달린 그들의 헌신에 존경을 보낸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듯, 우리는 그들을 자랑스러워 한다.
특히 대표팀을 응원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때와 분명하게 달라진 모습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예선 탈락 후 귀국하던 축구 국가대표팀은 팬들로부터 ‘엿세례’를 받는 사상 초유의 봉변을 당해야 했다.
소위 ‘의리축구’ 논란을 일으키며 실패를 자초하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한국 축구에 팬들은 비난과 비판으로 변화를 촉구했고, 급기야 홍명보 감독과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이 물러나는 사태까지 빚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약속대로, 한국축구는 변화 속에서 화합해 갔다.
해외파와 국내파로 대변되는 파벌도 없었고, 이름값만으로 무임승차하는 의리도 허락되지 않았다. 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축구는 어느덧 '원 팀(One team)'으로 변해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대표팀은 하나된 모습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줬기에 팬들과 국민 모두 그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어떠한가. 혁신과 화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거센 비난과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정당끼리는 이념·노선 대결로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같은 당끼리도 계파로 나뉘어 집안싸움에 혈안이다.
국민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서로 남 탓만 하며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듣기조차 지겨울만큼 혁신과 변화를 주창하면서도, 오히려 후진 정치로 퇴보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혁신은 한국정치의 영원한 숙제요, 이룰 수 없는 염원일지도 모른다.
국민은 엄청난 정치 혁신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던져 헌신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바라는 것이다.
뛰고 또 뛰며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축구대표팀같은 헌신과 용기와 투혼과 화합을 바라는 것이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팬과 국민 모두가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바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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