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충북대 교수)

              권수애(충북대 교수)

지난 달 일어난 29세 청년의 교통사고 소식이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로 불리며 국민들을 안타까움과 울분에 빠지게 하였다. 사고 피해자는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이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자신의 교사 임용고시 준비를 포기하고 트럭 운전기사로 생계를 책임지며 임신한 아내의 임용고시준비를 도왔던 가장이었다. 사고가 나기 1시간 전 새벽까지 일을 하고 귀가하던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비싼 케이크 대신 크림빵을 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3개월 뒤 태어날 아기는 아빠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자라야 하는 것이다. 20일간  사고 용의자를 찾고자하는 네티즌들의 열렬한 수사 협조활동으로 용의자 윤곽이 드러나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가해자기 뒤늦게 자수하게 되었다. 사고 가해자 수색에 적극적이었던 시민들과 자수한 가해자를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려했던 피해자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직 우리 사회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창졸간에 남편을 잃은 아내의 슬픔을 위로하며 태어날 아기와 함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용기가 주어지기를 기원한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청년 취업시장이 얼어붙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대학  졸업생이 그들이 원하는 기업이나 회사에 들어가기 어려워지는 ‘고용절벽’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실감케 한다. 대졸자는 적체되는데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늘리지 못하니 취업을 못해 졸업을 늦추는 학생이 더 넘쳐나게 생겼다. 10대 그룹의 대졸 신입공채도 3년째 감소세여서, 30세 미만 청년 실업률이 이미 9%로 올라간 상황이라고 한다. 각종 고시 준비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실업률은 11%를 넘어 OECD 평균치인 15%에 근접하고 있다. 20%∼ 50%의 청년실업률에 신음하는 유럽의 모습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시급한 취업난을 해결하려고 정부는 대학의 중요한 평가지표로 취업률을 공시하고 있어 교수들은 제자라는 상품을 팔기 위한 취업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주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많은 시간과 금전을 투자하여 자격증과 스펙을 쌓았지만 실업의 늪에 빠져 어깨가 축 쳐진 졸업생들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해외시장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청년창업을 새로운 돌파구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시장개척을 해 나가려면 험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
  고용절벽을 개선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노동시장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붙잡고 있는 것도 비규정직의 취업문턱을 더욱 높인다는 지적이 있다. 성과급제로 전환하여 중장년 근로자의 임금을 낮춰 신입사원의 임금개선과 채용규모를 늘린 외국의 사례를 살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서민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액인 임원급의 연봉을 개선하여 고용여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고, 진출하려는 직업에서 어떠한 능력과 자질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탐색한 후에 대학 졸업이 꼭 필요할 때만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인식의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졸업을 앞둔 청년들이 졸업과 동시에 희망찬 발걸음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리고, 입학을 앞둔 새내기들이 청운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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