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할 것만 같았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10∼11일 이틀간 열린다. 지난해 총리후보자들이 청문회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잇달아 낙마한데 비춰 이 후보는 이미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 후보자 본인과 차남의 병역문제를 시작으로 재산 형성과정, 박사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등장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 후보자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외압'을 가했다는 지적과 관련내용을 담은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위태롭기까지 하다.
KBS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검증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 간부들 이름을 거론하면서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패널을)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다. 언론사 간부가 이 후보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방송 출연자를 교체했다는 주장이다.
보도 내용뿐 아니라 언론사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사) 윗사람들하고 내가…다 관계가 있어요. (윗사람에게) 어이, 걔 안돼(라고 하면, 해당 기자는)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도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 후보자는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즉각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하고, 그가 거론한 언론사 간부들도 이 후보자가 주장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명색이 총리 후보자가 비상식적인 대언론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발언이라는 점에서 사안은 간단치 않다. 새정치연합의 새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청문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야당은 공개된 녹취록 사건을 기점으로 이 후보자의 '거취 판단'까지 요구하며 적극 공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그의 언론관은 물론 정치인과 언론간의 관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있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라는 해명에서 보듯 '실언'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언론관은 청문회에서 다뤄지겠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도 정치인과 지켜야할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일종의 유착과 공생관계로 오해를 살만한 상황에 말려들었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민얼굴의 한 단면이 드러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언론이 엄정한 몸가짐으로 본령을 지키지 않고 스스로 '플레이어'로서 정치권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이미 언론이 아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의 언론관, 기자들과의 관계가 여야 정치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식과 관행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엄중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을 비롯해 차남에 이어 제기된 본인의 병역관련 의혹 등 석연치 않은 대목들에 대해 검증을 받는 것은 물론 정책 등 정부운영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도 엄격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 총리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의문점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실체적 진실을 털어놓고 적격 여부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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