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대전/정래수 기자) 대전시교육청이 논란이 된 '9시 등교'를 단위학교 자율에 맡겼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사실상 9시 등교 정책을 포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17일 시교육청과 전교조 대전지부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이날 시행한 '초중고 행복등교 자율시행 권장안 안내' 공문을 통해 9시 등교 문제를 단위학교 자율에 맡겼다.

권장안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9조에 의거,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되 전체 설문결과와 학교별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학교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학생·교원·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행하도록 돼 있다.

시교육청은 안내 공문에 일선 학교가 참조할수 있도록 총 14쪽에 달하는 '행복등교 자율시행 관련 참고자료'를 덧붙였다.

이 참고자료에는 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아이들 등교시각과 관련한 각종 문헌자료 및 선행연구 자료, 통계자료 등이 담겨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문제는 특히 이 자료 내용의 초점이 등교시각을 늦출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과 단점 등에 맞춰져 있어 시교육청이 학력 신장을 위해 현행 등교시간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료 내용을 보면 사이쇼히로시(2003)의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에서 발췌한 '남보다 일찍 일어나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메시지와 우리나라와 학사 일정이 완전히 다른, 일찍 하교하는 선진 나라들의 등교시각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만 일찍 등교하는 게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또 통계청의 '2011년, 2013년 맞벌이 부부 현황'을 들어 광주시를 제외하면 대전이 특별·광역시 중 맞벌이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9시 등교를 시행할 경우 적잖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오는 3월 6일까지 학교별 결정사항(등교시각 시행현황)을 자료집계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전교조 대전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시교육청의 권장안과 참고자료는 사실상 9시 등교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용기 있는 학교장이 아이들의 건강권과 효율적인 학습권 보장을 위해 9시에 등교하도록 하겠느냐"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시내 초중고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등교시각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현재 등교시각이 빠르다'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일반고는 학생의 77.3%, 교원의 65.5%, 학부모의 69.7%가 '등교시각이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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