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1326곳에서 일제히 치러지는 1회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과열·혼탁 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기성 정치 선거보다 더 과열되고 혼탁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조합원들을 대표해 조합원의 권익 신장에 앞장서야 할 봉사자인 조합장 선거가 지지를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불법·혼탁 선거로 전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합장이 되면 최고 1억원이 넘는 연봉, 연봉에 버금가는 막대한 업무 추진비, 인사권, 사업권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들조차 조합원 표를 의식, 조합장을 상전 모시듯 하니 말 그대로 막강한 권력자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장 선거에서 이기고 보려고 선거일 훨씬 전부터 일부 후보들이 돈 봉투를 뿌리는 등 형사처벌 위험도 불사하며 당선에 혈안이 되는 이유다.

일선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회조차도 일선 조합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중앙회 회장 선거권을 조합장 중에서 선출한 중앙회 대의원이 쥐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농민단체 안팎에선 이같은 중앙회와 조합장 간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조합원들을 위한 농협이 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합장들이 지역내에서 자치단체장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니고 그에 걸맞는 ‘예우’를 받는 비뚤어진 실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오히려 지방의원보다 조합장이 실속있는 자리라며 선호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조합장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감시·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총회와 이사회 등 형식에 그치고 있어 조합장의 전횡을 막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조합장은 본질적으로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제도적 개선과 권익 증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자신들을 위해서 사리사욕을 버리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조합장으로 선출해야 한다.

조합장 선출 이후에도 지속적인 견제를 통해 조합장이 개인의 권력과 물질적 이득을 취하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아울러 조합장 보수와 권한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빚에 쪼들려 농사를 포기하는 조합원들이 생겨나는 마당에 조합장이 1억원이 넘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는 자체가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의 생혈(生血)을 짜내는 파렴치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보수를 조합원 정서에 맞도록 대폭 낮추고, 권한 제어를 위한 독립적 감사 기능을 제도화하는 등 조합장이 본질적 목적에 부합된 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합은 조합장 일인지하(一人之下)의 사조직이 아닌, 조합원 모두가 존중받고 공생하는 만인평등(萬人平等)의 조직이라는 점을 조합원들부터 직시해야 한다. 성 직원이 다를게 뭐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