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말 그대로 지옥 원정길이었다. 주전급 선수들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감기 몸살에 시달렸고,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한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은 경기를 마친 뒤 탈진해 쓰러지는 최악의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3골을 몰아친 선수들의 투혼은 '날쌘돌이' 서정원 감독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서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지난 18일 호주 골드코스트의 로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3-3으로 비겼다.

스코어만 따지면 난타전의 재미있는 공격축구가 펼쳐졌지만 실상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쉽기만 했다.

경기 초반 중원 압박에 실패한 수원은 브리즈번의 공세에 먼저 2골을 손쉽게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중반이 지날 때까지 제대로 된 공격전개도 없었고, 유효 슈팅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서정진의 개인기를 활용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면 참담한 패배를 맛볼 뻔 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K리그 팀들은 호주 원정을 가장 꺼린다.

시차는 별로 없지만 비행시간이 10시간에 이르고, 공항에 내려서도 버스로 이동해야할 거리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국과 기후가 정반대라서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수원 역시 이런 악재를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 1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치른 수원은 15일 호주 원정길에 올라 하루를 꼬박 비행기에서 보낸 뒤 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100㎞ 떨어진 골드코스트에 도착했다.

초봄의 날씨에 익숙한 선수들은 늦여름의 더운 호주 날씨와 맞닥뜨리면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져 감기와 몸살을 호소했다.

정대세와 김은선은 몸살과 감기가 심했지만 어쩔수 없이 선발로 나서야만 했다.

'살림꾼' 김은선이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을 선보이지 못하자 브리즈번 선수들이 맘 편하게 공략해 들어왔고, 조직력이 흐트러진 수원은 전반에만 내리 2실점하며 무너졌다.

지친 몸을 이끌고 브리즈번을 상대한 수원은 마침내 정대세의 3-2 역전골이 터지면서 승리를 예감했지만 경기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승점 1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몸살을 참아가며 뛰었던 김은선은 경기가 끝난 뒤 탈진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열한 전투를 마친 선수들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19일 오전 4시에 호텔을 나서 공항으로 출발해 '파김치' 상태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하지만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일 휴식을 치르는 수원은 21일 하루 훈련을 한 뒤 22일 성남FC와 K리그 클래식 3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수원 관계자는 "그래도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지지 않은 것에 서 감독도 감동을 받았다"며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혹독한 일정을 잘 넘겨야 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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