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논설위원 /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최은영(논설위원 /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요즈음 최저임금 인상논의가 활발하다.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한국은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34조와 제35조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고도 실시하지 않다가,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였다. 첫 최저임금은 시간급 600원으로 출발하였고, 현재  5580원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쟁점은 법규정의 준수이다.  소위 사업장의 compliance 문제이다. 최저임금법이 있으면 무얼하나?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근로자의 11.4%에 이르고, 이 비중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증진 등 소득주도 정책을 활발히 집행하는 것을 볼 때, 최저임금 미준수의 문제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두 번째 쟁점은 최저임금의 수준이다. 수준은 다시 인상률과, 표준생계비 대비 상대 수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동안 평균 인상률을 들여다 보면 정부별로 차이가 확연하다. 5년단위 평균 인상률이 노태우 정부 때 13.8%, 김영삼 정부 때 8.1%, 김대중 정부 때 9.0%, 노무현 정부 때 10.6%, 이명박 정부 때 5.2%였고, 박근혜 정부 2년간 7.1%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인상률 자체가 최근 7년 간 너무 낮아졌음이 분명하다. 재계에서 올해 1.6%의 임금인상 권고안을 제시한 것을 보면 인식차이는 커도 너무 크다.
  인상률 자체가 높지 않아도, 표준생계비 대비 상대수준이 높으면 생활비로서의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노총이 발표한 2015년 표준생계비는 1인가구 기준 216만 여원인데,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주 40시간씩 일했을 때 받는 월 급여 116만여원은 이 생계비의 겨우 절반수준에 그침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 근로자 평균소득 수준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여파로, 우리나라 저임금 계층(임금근로자 중 중위임금의 2/3미만 임금을 받는 자)의 비중은 현재 24%가 넘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층이 두껍게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시민단체와 몇몇 지자체에서 생활임금 운동과 실제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활임금은 절대기준에 근거하기 보다는 정책임금의 성격을 갖는데, 소득기준 및 지출기준 등을 고려하여 결정될 수 있다. 서울시의 노원구와 성북구가 이미 실시 중이었고, 올해 서울시는 생활임금위원회 첫 회의를 소집하여 시급 6687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흔히 중산층은 최저임금이 본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분야 법률의 근간 역할을 하는 사회보장기본법 제10조에 보면, 국민들의 사회보장급여 수준은 최저생계비와 더불어 최저임금을 고려하여 결정되도록 되어 있다. 즉, 최저임금의 수준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파급효과를 갖는다는 말이다.
  임금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1차 분배기제이다. 이 부분을 형평에 맞게 조정하는 역할은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사회통합을 위해 국가가 반드시 수행해야하는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복지나 조세제도를 통한 2차 분배체계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리게 되며 추가적인 과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국가의 기능은 21세기에 요구되는 특별한 역할이 아니다. 일찌기 18세기 후반에 잉글랜드 버크셔주는 빵의 가격과 가족의 수에 따라 최저생활기준을 선정해 실업자 및 저임금노동자에게 구빈세에 의한 수당을 지급하는 과도적인 임금보조 제도인 스핀햄랜드 법을 시행한 바 있다. 사회복지발달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이러니는 그 뒤의 불황 및 자유주의적 사조의 영향에 의해 이 제도가 중단되고 1834년 빈민을 통제하는 악랄한 신구빈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진동하는 추처럼 좌우로 흔들리면서 진보한다. 지금은 노동시장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추의 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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