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논설위원 /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논설위원 /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1995년 민선지방자치시대가 시작한 이래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지방자치실시에 대한 공과를 논의하다보면 항상 벽에 부딪치는 영역이 있다. 주민자치부문이다. 소수 엘리트 계급이 대중들을 지배하던 엘리트주의를 지양하고, 일반 대중들이 자신과 이웃들의 살림살이에 적극적·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민주주의를 풀뿌리민주주의라고 일컫는데 이러한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민자치수준은 걸음마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의미의 지방자치가 실시된 배경이라든가 그동안의 정치행정적 환경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관심여부를 살펴보면 지방자치란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들이 앞장서고 주민들은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인식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은 제2장 주민에서 주민의 자격과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인 주민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지방자치단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와 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그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오늘날 대부분 주민들은 이러한 소극적인 권리만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밖에도 주민투표(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 조례의 제정과 개폐 청구, 주민의 감사청구(그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때), 주민소송(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 한 사실에 대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상대방으로 하여 소송을 제기), 주민소환(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방의회의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나 일상사에 너무 바쁘다는 핑계 아니면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이유나 지방의회가 있지 않냐는 이유로 집행부의 행정행위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직접적인 견제와 비판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라든가 주민참여감독제 혹은 시민감시관제도, 주민자치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주민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나 운영현황을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안전행정부에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려고 하는 것은 의미있는 시도라고 본다. 계획대로 주민자치회가 구성되어 주민자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주민자치회 실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점은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는 주민자치회는 구성되나 마나라는 것이다. 극단적일 경우 집행부의 시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민들의 행정참여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정보공개의 범위를 넓히고 주민교육훈련의 과정으로 자치입법과 예산편성과정의 참여 확대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유관단체들이 주민생활의 질을 개선하고 생활자치형 의제를 정책화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모색하여야 공직사회도 변화하고 손길을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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