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총청총리 발탁…6명 중 4명 중도 탈락
이인제·정우택·박병석 의원 ‘차기 충청 맹주’ 관심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충청맹주 공백기’가 우려되고 있다.

이 총리가 물러나면서 당분간 국정 혼란이 불가피하고, 후임 총리 인준 과정에서 여야가 또다시 부딪힐 가능성이 커 지역 현안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충호 시대’를 맞아 신수도권으로 발돋움하고 중앙정치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아야할 시점에 충청맹주의 공백은 지역 발전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총리는 지난 2월16일 총리 인준 표결을 통과할 때만 해도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통할 만큼 각광을 받으며 충청권 맹주이자 대권 주자로도 거론됐으나 취임한지 63일 만에 사의를 표명,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매 정권마다 충청권에서 총리가 발탁됐다. 노태우정부에선 홍성 출신 이현재, 김대중정부에선 부여출신 김종필, 노무현정부에선 청양출신 이해찬, 이명박정부에선 공주출신 정운찬씨가 총리 자리에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앞서 3·4공화국에 걸쳐 4년 6개월(1971년 6월 4일~1975년 12월 18일)간 총리를 지낸데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 다시 총리직에 올라 1998년 3월 3일~2000년 1월 12일까지 재임했다.

이 총리를 비롯해 역대 6명의 ‘충청총리’ 가운데 4명이 중간에 낙마를 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 때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하며 내각을 쥐락펴락했던 이해찬 전 총리는 ‘3.1절 골프 파문’으로 취임 1년 9개월(2004년 6월 30일~2006년 3월 15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회창 전 총리는 헌법에 위임된 총리로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하다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충돌’로 취임 4개월(1993년 12월 17~1994년 4월 21일)만에 자진 사임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지지발언으로 인준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총리가 됐지만 역점을 두고 추진한 수정안의 부결로 1년(2009년 9월 29일~2010년 8월 10일)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이완구 총리가 중도 낙마하면서 맹주를 잃은 충청정치는 또다시 중앙정치의 변방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청정치는 김종필(89)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필두로 이회창(80) 전 자유선진당 총재, 심대평(74) 전 국민중심당 대표, 강창희(69) 전 국회의장 등이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고령으로 정계를 떠나있거나 차기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사실상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지역 정가에서는 이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충청 맹주’가 누가 될지 관심이 높다.

우선 충청권 최다선(6선)인 논산 출신 새누리당 이인제(논산·계룡·금산) 최고위원이 꼽힌다.

또 충북도지사를 지낸 3선의 정우택(새누리·청주 상당) 국회 정무위원장과 야권 최다선(4선)으로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충청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차차기’로 분류되고 있는 상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충청권 맹주를 자처했던 이 총리가 중도 낙마하면서 구심점이 사라졌다”며 “충청권을 아우르고 지역 발전에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낼 새로운 맹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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