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운

그해 봄은

봄이 온 줄도 모르고

가는 봄의 뒷모습만 보았지요

꽃 그림자 밟고 꿈인 듯 떠나가는 길에

봄날의 짧은 해도 걸음을 늦추고

눈시울 붉혔지요

 

다시 봄인가요?

 

어디서 왔는지 봄꽃들

후- 하고 된 숨을 토해내는군요

아주 먼 길 지나온 듯

한 짐 이승에 부려놓은 저 울음의

빛깔들을

사람들은 환하게 반기네요

어쩌지요

 

내 눈엔 유난히 아지랑이만 일렁이는 걸요

 

지금쯤 그 사람 어느 후생에 당도하여

한 생을

저리 환하게 살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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