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 미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많은 비판에도 국회 특위를 그대로 통과했다. 이제 6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이번 연금개혁안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긍정적인 것은 '합의'를 통해 개혁안을 마련했다는 것뿐이다.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당초 의도했던 공무원연금의 구조개혁(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개혁)은 일찌감치 포기됐다. 그러면 또 다른 목표인 연금의 수지균형이라도 맞추는 재정절감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
특히 이번 개혁안을 통해 나올 재정절감분 가운데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하고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을 50%로 유지하기로 것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사안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소득과 대비한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중을 말한다.
한국은 국민연금 기금고갈의 우려를 씻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면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극심한 진통 끝에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소득대체율을 70%→60%→40%로 어렵사리 단계적으로 낮췄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특위가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다. 그간의 국민연금 개혁결과를 한순간에 뒤집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갑자기 올리게 되면, 연금지급액이 급격히 늘게 돼 연금재정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2010년 불변가격(보험료율 9%)을 기준으로 2015년부터 2065년까지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할 연금액은 소득대체율이 현행 40%일 때는 총 5316조9810억원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50%로 올라가면 5980조5910억원으로, 663조6090억원이나 불어난다. 연금기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규모다. 현행대로 40% 소득대체율을 가져가도 보험료율이 현행 9%인 상황에서는 2060년께 기금은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갑자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기금고갈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이번 합의대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끌어올리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걷거나 세금을 더 넣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려면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고, 국민 저항을 의식해 세금을 투입한다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취지가 크게 퇴색한다. 당연히 신중하고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를 국회에서 덜컥 합의한 셈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이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어설픈 합의는 국민을 또 한 번 속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라는 눈앞의 가시적 성과만을 보여주기 위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향후 70년간 총재정부담(정부 보전금·부담금·퇴직수당)에서 약 333조원의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개혁안에 대해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가뭄에 단비'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어설픈 개혁안을 이번에 통과시키고 한동안 추가적인 개혁을 못 하도록 손발을 묶는 것보다 차라리 다음 정권에서라도 근본적인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은 그냥 개혁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얘기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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