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만

누구는

척추가 길어진 거라 했고

누구는 창자가 빠져나온 거라 했는데

면접시험 칠 때

애인과 마주 앉을 때

존경하는 시인을 만날 때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했고

돈 많은 사람

낯 두꺼운 사람

여유 넘치는 사람 앞에서는

슬쩍 꺼내어 살살 흔들었던,

차마 내키지 않는 일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일

참을 수 없이 화나는 일에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파르르르 떨리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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