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는 날 발발한 '제2연평해전'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死守)하다 산화한 용사들이 영화로 부활했다.
영화 '연평해전'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첫 현대전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군인들과 그들의 동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휴먼 감동 실화다. 무엇보다도 월드컵의 함성 속에서 잊혔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되살려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꼭 기억해야 할 그날의 실체를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영화는 오는 10일 개봉을 앞두고 전사 장병 유족들을 대상으로 1일 공개됐다. 북한의 등산곶 684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대한민국 참수리 357호 고속정을 기습 공격하면서 해상 전투가 발발했다. 화염이 치솟고 대원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갑판에 나동그라진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붉게 물들었던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부터 그들은 서해 바다에서 느닷없이 고립돼 목숨 걸고 싸워야 했다. 모두 살아서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30분 남짓 진행된 치열한 격전으로 한국군 6명은 부모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 윤영하(참수리 고속정 357호 정장) 소령의 부친 윤두호(69)씨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라’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떠올렸다고 했다.
영화 '연평해전'은 7년이라는 긴 제작기간과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 방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2013년 6월 제작비 부족에 직면한 이 영화는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 고등학생이 5000원 상품권을 후원하는 등 3000여명으로부터 약 8억원을 모금으로 제작돼 의미를 더 깊게 하고 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이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차단기동을 하던 참수리 고속정 357호를 함포로 기습 공격하면서 30분 남짓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정장인 윤영하 대위를 비롯해 조천형 하사, 황도현 하사, 서후원 하사가 당일 전사했고 19명이 부상했다. 실종됐던 조타장 한상국 하사의 유해는 침몰한 357호에서 그해 8월 수습됐다. 의무병 박동혁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에서 84일간 치료받다 숨졌다. 북한 경비정은 반파됐고 사상자를 30여명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해군의 완승으로 끝난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과 달리 한국군의 희생이 컸다. 교전 수칙이 적극적 응전 개념으로 수정됐고, 해군은 연평해전 여섯 용사를 기리기 위해 유도탄 고속함 1~6번함을 진수해 윤영하함·한상국함·조천형함·황도현함·서후원함·박동혁함으로 명명했다.
북한은 최근 전략잠수함의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SLBM) 개발의 막바지 단계인 사출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추적이 어려운 바다에서 한국의 배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SLBM 개발이 완료되고 핵무기 소형화까지 이뤄지면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이 어느 쪽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핵무기 못지않게 한반도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모두 6월에 발생했다. 안보태세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호국보훈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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