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관련 병원, 정부만 모르고 있었나"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정부가 7일 대전과 충남지역 5곳 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24곳의 명단을 발표한데 대해 '뒷북행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명단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다가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8일 만에 공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 가운데 대전·충남지역 병원은 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 충남 아산서울의원 등 3곳이다.

또 확진환자가 경유한 병원(18곳) 중 지역 의료기관은 천안 단국대의대 부속병원, 보령 365연합의원 등 2곳이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병원 명단 등을 공개한다"며 "메르스 실제 감염경로가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해당 병원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을 정부가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며 뒤늦은 명단 공개에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공개한 메르스 관련 병원들은 지난주부터 외래 환자가 급감하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대전 대청병원은 이미 지난 2일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지면서 병원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병력이 배치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병원이 메르스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환자와 면회객으로 북적이던 건양대병원도 메르스 확진 판정 소문이 퍼지면서 병원을 찾는 내방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주차장은 텅 비었고, 인근 식당도 수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일부 학교에서는 메르스 확진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 자녀가 등교하고 있다며 휴교를 요청하는 학부모의 항의 소동도 있었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전국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던 시간, 건양대병원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기사는 "건양대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전시민이 있느냐"며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충남 보령에 사는 김모(여·65)씨도 "미용실이나 노인정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 마다 365의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했다"며 "노인들도 다 아는 사실을 젊은 사람들은 더 잘 알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의 실명을 공개하던 시간, 환자와 가족 등 5명(사망자 1명 포함)이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건양대병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경로 등을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노력한 것은 제외하고 이름만 공개하면서 오히려 시민 불안감만 커지게 됐다"며 "확진환자가 발생한 뒤 의료진과 환자를 격리하는 등 모든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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