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수

오랫동안 비어 있던 화분에 괭이밥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허름한 볕이 창가를 불규칙적으로 다녀가고 괭이밥, 습관처럼 정강이를 세웠다

 

오전 중간쯤이다 집 안의 물기가 마지막으로 머물다 가는 1205호 창가에 별이 뜬다

 

둥굴린 시간들이 상현 하현을 맴돌았다, 나비 떼처럼 창밖엔 눈 내리고 고양이 밥그릇만 한 화분에 별이 뜬다

 

겨우내 피고지고 피고, 음악처럼 별빛처럼 튀었다 씨앗들, 규칙은 없지만 규칙 같다

 

언제부터 이곳에 은하가 생겼을까 1205호 창가, 반짝거리지도 않는 별들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하늘과 땅 사이 이토록 모호한 집착력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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