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 홍 연 기(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지난 2005년에 공식 발효된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의 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교토의정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를 논의할 UN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금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6월 초 독일에서 이틀 간 진행된 주요 7개국(G7)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화석연료 사용의 완전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2100년까지 화석연료의 사용을 끝내고 이번 세기 중반까지 2010년 기준 40~7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글로벌 경제의 탈(脫)화석화를 강조하였다. 향후에 기후변화 협약이 과거와는 다른 구속력을 갖는다고 봤을 때 이번 G7 정상회의 및 12월에 개최될 UN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의 결정사항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이상기후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 비해 온난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의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체계적 대응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에서 비롯된다. 교토의정서는 UN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 간 이행 협약으로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UN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2005년 2월에 공식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는 과거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설립 이후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환경개발회의에서 도출된 기후변화협약에서의 쟁점사항들을 협의한 결과이다. 주요 협의 결과는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부속서I국가, Annex I)은 2008~2012년까지 1990년 배출수준 대비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Annex II)은 선진국과는 달리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니었으나 2020년부터는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 된다.
  지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을 통해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대비(BAU) 30%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 권고치 중에서 최대이며 발표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찬사를 받았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 참여하는 개도국 중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11일 독일에서 개최된 UN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서 기존 배출전망 대비 14.7%에서 31.1%까지의 4가지 안을 제시하였는데 문제는이들 모두 2009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공약한 감축목표에서 후퇴한 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동의한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된 ‘온실가스 감축량 후퇴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개도국의 맏형 노릇을 할 줄 알았던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현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당초 목표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제시했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당시 국내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체 단지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무리하게 맞추려 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부존 잠재량 및 기술적 잠재량을 과다하게 평가함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 추정 오류, 그리고 기존 선진국과는 다른 온실가스 배출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기도 하다. 당장의 경제적 편익만을 볼 때에 이번에 수립된 안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하였고 개발도상국 가운데에서도 감축목표가 후퇴한 나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후퇴시킨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의 명분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과거의 기후변화가 지구적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별 자발적 협약 수준이었으나 앞으로의 기후변화 협약은 환경을 전제로 한 강제적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때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실천 방안 수립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기후변화 의제를 슬기롭게 주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국격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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