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부품 조달…수리기간 한 달 넘겨
대차서비스 ‘하늘의 별 따기’…고객 불만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도로 한 가운데서 차 시동이 꺼지는 일을 당한다면 당황하지 않을 운전자가 없을 것이다. 아우디 A6를 운전했던 지역 중소기업 대표 A(43)씨가 겪은 일이다. A씨는 지난달 22일 밤 9시께 청주시 산남동 인근 도로에서 차가 멈춰 서며 동승했던 지인과 함께 차를 갓길로 밀어 내느라 애를 먹었다. A씨는 이튿날 청주 서비스센터로 달려갔다. 자초지종을 들은 담당자는 “엔진부품에 문제가 있다. 수리까지 20일 정도 걸리니 차를 놓고 가라”고만 했다. 외국에서 부품을 공수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제는 대차서비스. A씨의 차량이 리스한 것이란 이유로 리스 회사와 아우디, 보험사 모두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루기만 했다. 결국 A씨는 차량수리기간 동안 자비로 렌트카를 구해 타고 다녀야 했다.

A씨는 “차량 결함으로 수리를 맡긴 것인데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차 없이 2주 이상 기다리라는 게 말이 안 돼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수입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AS)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하는 등 부품조달 문제는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수리까지 수십일간 기다려야 하는 등 고객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정작 중요한 사후관리를 제대로 못받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의 경우 문제가 생겨 정비를 맡겨도 수리까지 적어도 보름,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린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수입차 부품지연 관련 소비자 피해는 50여건에 달한다.

부품수급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에 부품공장이 있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생산과 부품공장이 모두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줄이고자 올해부터 ‘대체부품인증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수입차업계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불편을 겪고 있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리지연으로 인한 장기입고 때 받을 수 있는 ‘대차서비스’는 한정적이다. 일부 수입차업체의 경우 대차서비스 규정이 없고 규정이 있더라도 개별법인인 딜러사의 판단에 맡기기 때문이다.

딜러사의 입장에선 대차차량을 다량 보유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그나마 보유한 차량도 대부분 ‘고객 시승용’ 차량으로 쓰여 사용할 수 없는 일이 다반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같은 수리를 받더라도 서비스를 받는 고객과 받지 못하는 고객이 생기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예외적인 사정 외에는 결국 부품수급과 수리과정 동안 고객들이 자비를 들여 대체차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비용을 구상 받을 수도 없다. 렌탈 차량 비용을 완성차업체에서 부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차량 구매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스’의 경우에는 리스 회사와의 관계 등을 들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역 차량 판매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서비스센터에서 보유한 차량이 부족할 경우 렌터카 서비스를 통해 대차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수입차 업체들도 서비스센터 등 인프라 확충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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