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실 비중 규명 주력 “승합차 피해 크나 책임소재 별개”
‘40㎞ vs 4단 기어’ ‘황색 점멸등 vs 적색 점멸등’ 관건

(충주=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지난 1일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덤프트럭과 승합차 충돌사고와 관련, 경찰이 책임소재를 놓고 과실비중 수사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3일자 3면

이 사고를 수사 중인 충주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어느 쪽 차량의 과실이 더 큰지를 규명하기 위해 사고 당시 신호등 상태와 사고차량의 운행속도 등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6명이 숨지는 등 일방적인 피해를 봤으나 책임소재는 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덤프트럭은 시속 40㎞로 달리고 있었고 수동변속인 승합차는 4단 기어를 넣고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이들 3개 기관이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한 사고차량 조사와 정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확인됐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4단 기어 상태일 때 속력이 통상 6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사고 당시 승합차는 덤프트럭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고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비록 대형사고지만 경찰이 트럭을 섣불리 가해차량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경찰은 “사고 당시 승합차가 4단 기어 상태였던 것은 맞지만 계속 그 상태로 달렸는지 사고 순간 속도를 줄였는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선 사고 당시 속도를 정확히 추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사고가 난 교차로는 점멸신호로 운영되는데 트럭이 주행하던 도로신호는 ‘황색 점멸등’, 승합차가 달리던 도로는 ‘적색 점멸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점멸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는 주 도로와 부 도로로 나눠 점멸등 색깔로 주행 우선순위를 둔다. 이번 사고에서는 덤프트럭이 운행하던 쪽이 주 도로였다.

황색 점멸등의 경우 차량운전자는 다른 차량에 유의해 진행하고 적색 점멸등일 때는 반드시 일시정지 후 운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규정을 적용하면 덤프트럭은 서행해야 했고 승합차는 교차로에서 일단 정지한 뒤 운행했어야 한다.

황색 점멸등에 따라 주행 중이던 트럭은 사고 당시 제한속도인 50㎞보다 서행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돼 사고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차량에 대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맞지만 트럭운전자의 과실이 더 크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트럭운전자 백모(61)씨를 사고 당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 신청키로 했다가 지난 2일 밤 석방, 불구속 수사로 전환한 것도 이런 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승합차 탑승자 중 6명이 사망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나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승합차가 사고 책임이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생각이다.

경찰은 보강조사를 통해 책임 비중을 가린 뒤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을 특정한다는 입장이다. 또 명확한 책임을 가리기 위해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충돌 전후 두 차량의 이동 궤적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어느 쪽 과실이 크다고 단정할 수 없어 일단 트럭 운전자 백씨를 석방했다”며 “추가조사 결과에 따라 백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책임비중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승합차 쪽 과실이 더 큰 것으로 결론난다 해도 사망자와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가입자가 아닌 제3자 탑승자들에 대해서는 과실 비중과 상관없이 보상금이 정상 지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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