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희
욕실 비누에 하루살이 박혔네
하루를 평생으로 산 흔적
화석으로 남고 싶었을 거야
그런데 어쩌나
일생을 깨끗이 살고자 하는 가족에게
찬물과 더운물로 비누는 침식하는데
혹, 다 닳아 없어지기도 전
눈 어둔 아버지가 머리 감으시면서
쓱싹, 쓸어버릴 수도 있겠네
향기롭게 기록되고 싶은 내 살갗은
비눗물 닦아내면서 거칠어지겠지
가슴에 새겨졌던 흔적, 언젠간
기쁨과 슬픔에 섞이어
쓱싹쓱싹 쓸려 가버리겠지
그리고, 그렇게
머리카락에 쓸려져 간 비누 같은 나날
눈에 밟혀 퇴적되어가면
화석으로 남을 매은 눈물 흘러 넘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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