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자
수요일 오후는 쓸쓸함이 입을 여는 날이다
오빠와 요양사 아주머니는 병원에 가고
나는 무력하게도 나른한 오후에 빠져든다
텅 빈 방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창밖 풀벌레 소리다
별이 떨어지고
수줍은 카나리아꽃 모가지가 뚝뚝 떨어진다
저 심연으로부터 바닥을 드러내며 날아오는 고독감
저 하늘에서 고갱이를 드러내며 날아오는 존재무상감
혼자 있다는 것은 신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고
혼자 있다는 것은 바람 없는 깃발과 같은 것이다
바람은 지금 병원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터
슬픈 삐에로 같은 시간이 방바닥에 나뒹군다
나는 외로움을 배반하고 낮잠이나 자려한다
쪽잠이라도 자고나면 소중한 이들이 돌아왔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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