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석 UST 교수, 옛 문헌·총포 실험 결과 토대로 거북선 설계도 복원

▲ 19개의 총통이 배치된 이순신 거북선 모습. 채연석 UST 교수 제공.
▲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가 복원한 거북선 설계도. 대포가 집중 배치된 3층과 그 지붕이 안쪽으로 들여져 작게 만들어져 기존 거북선 모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채연석 교수 제공.

(대전=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거북선은 3층 구조에 대포를 좌우 12문, 앞 5문, 뒤 2문 등 모두 19문 장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는 15일 역사 문헌 고증과 총포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복원한 거북선 설계도를 공개하고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은 현재 알려진 것과는 형태가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원장을 역임한 채 교수는 조선시대 신기전을 처음으로 복원하는 등 전통 화약무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채 교수는 이순신 장군이 올린 거북선 관련 장계, 이순신 장군의 조카 이분(李芬)이 기록한 이순신 장군 행록, 1795년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의 '전라좌수영귀선도', 이순신 장군 종가가 소장한 귀선도 2장 등을 분석하고 거북선에 장착된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 등 4가지 대포의 화력 등을 참고해 거북선 설계도를 복원했다.

채 교수는 복원 결과 거북선은 판옥선을 기본으로 2층에는 앞에 가장 큰 대포인 천자총통 2문을 배치하고 뒤는 90명이 노를 젓는 공간이며, 3층은 좌우에 가장 작은 대포인 황자총통 6문씩, 앞에 지자총통 2문, 현자총통 1문, 뒤에 황자총통 2문이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거북선 기록의 총포 구멍 수와 위치, 총포 규모에 따른 발사 충격과 배의 균형 등을 토대로 총포 위치와 총포 종류를 추정했다.

발사 충격이 가장 큰 천자총통은 충격 흡수에 유리한 2층 앞면 좌우에 배치됐다. 천자총통은 무게 296㎏, 길이 130㎝, 구경 12㎝에 한 번에 화약 90g을 사용해 길이 260㎝짜리 대장군전을 발사하는 대포다.

무게 73㎏, 길이 90㎝, 구경 10㎝인 지자총통은 3층 앞면 좌우에 하나씩 배치됐다. 무게 54㎏, 길이 79㎝, 구경 7.2㎝인 현자총통은 용두(용머리)에 1대가 배치돼 용머리 구멍을 이용해 위쪽으로 철환을 쏠 수 있게 했다.

무게 19㎏, 길이 52㎝, 구경 4.2㎝에 철환을 쏘는 황자총통은 3층 좌우에 6문씩, 뒤면 좌우에 2문 등 모두 14문이 장착됐다.

이번에 복원된 거북선이 기존 거북선 모형과 형태상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대포들이 집중 배치된 3층과 지붕 부분이다.

채 교수는 기존 거북선 모형들은 배 전체와 비슷한 면적의 지붕이 곡선으로 만들어져 그 위에 칼이나 송곳 등을 꽂은 것으로 돼 있으나 배의 균형과 기동 등을 고려할 때 3층 덮개는 안쪽으로 들여 가능한 한 좁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에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대포를 적절히 배치해 23전 전승의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19개 총포와 노를 배치한 거북선 모형을 만들어 항해하면서 포사격을 해보면 원형에 가까운 거북선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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