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재팬·니시하라클리닉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 후생성 승인

(동양일보) 국내서 개발된 줄기세포치료제가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현지 병원의 치료계획서 신청 후 2개월 만에 신속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효고현 소재 니시하라 클리닉이 버거씨병과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의 중증 하지허혈성질환을 줄기세포로 치료하겠다며 제출한 '재생의료 치료계획서'를 지난 10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니시하라 클리닉에서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중증 하지허혈성질환에 대해 공식적으로 줄기세포 시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버거씨병은 20~40대 젊은 남성에게 빈발하는 질환으로, 다리의 미세 동맥들이 염증성 변화를 보이면서 혈관이 막혀 발가락과 발이 괴사하는 병이다. 흡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당뇨병성 족부궤양은 높은 혈당 때문에 족부 신경이 손상되거나 비정상적으로 기능할 때 나타나는 합병증이다. 칼로 찌르거나 전기적 충격이 오는 것 같은 극도의 통증이 대표적이다.

니시하라 클리닉이 이들 환자에게 쓰겠다며 허가를 신청한 줄기세포치료제는 한국의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개발하고, 네이처셀과 일본 관계사인 알재팬(R-Japan Co.,Ltd.)이 상용화를 추진 중인 제품이다.

비록 일본 내 한곳의 의료기관이긴 하지만 국내서 개발된 줄기세포치료제가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재생의료용으로 최종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줄기세포 재생의료를 3가지(1종-역분화줄기세포, 2종-성체줄기세포, 3종-체세포 복제줄기세포)로 나눠 허가하고 있는데, 일본 내에서도 2종 줄기세포 재생의료 허가건수는 단 3건에 불과하다.

'바스코스템'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이 줄기세포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지방에서 채취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원래 2007~2013년 버거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입증됨에 따라 올해 3월 국내에 먼저 희귀의약품 지정이 신청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차례에 걸쳐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알재팬과 니시하라 클리닉은 한국보다 늦은 지난 6월 29일 '특정세포가공물 제조허가'를 승인받고 나서 한국의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9월 7일 치료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어 '특정인정재생의료등 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지난달 21일 후생노동성에 최종 승인 요청서를 접수했고, 20일만인 10일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

물론 이 줄기세포치료제가 국내에서는 '의약품 허가'의 성격을 띠고 있고, 일본에서는 '의료인의 치료기술 승인'이라는 재생의료의 개념이어서 차이는 있다. 그러나 국내와 달리 일본에서는 치료계획서 신청 후 승인까지 단 2개월이 걸린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알재팬은 일본 내 줄기세포치료 허가 획득을 계기로 줄기세포 공급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에서 버거씨병을 포함한 하지허혈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00만명의 환자가 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라정찬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원장은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하면 2018년에는 5만명 이상에게 줄기세포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 난치병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스템셀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에서도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를 의사의 판단 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상황 사용승인' 제도를 통해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법률은 일본보다 한국이 한 단계 우위에 있다"면서 "바스코스템은 기존 의약품과 비교할 때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현저한 개선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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