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

 

등 휘어진 저 언덕 헛기침소리

볏논에 물 뱉는 소리

허수아비 서둘러 팔을 꺾는 소리

 

바람이 열 손가락을 펼쳐들고

서걱서걱 맨 햇살을 뜯는다

울멍줄멍 깊어지는 가을 논, 검은 논

휑한 흰자위, 짚더이 흩어져

눈꺼풀을 쓸어 덮는다

 

산 위에 들판에 길 위에

투박해진 시간의 발자국

무리 진 종자들

헐거워진 자루 속으로 들어간다

아주 긴 기도문을 외무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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