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안재홍·최성원 케미 화제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줄게.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연인의 달콤한 대화가 아니다.
케이블드라마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서로 마니또(제비뽑기로 결정된 친구를 몰래 도와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정봉(안재홍 분)과 노을(최성원)이 주고받는 이야기다.
정봉과 노을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 골목에 사는 젊은이들이다.
각각 성균네 큰아들과 동일네 막내아들인 둘은 언뜻 어수룩해 보이지만, 뜯어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이들은 생생하고 엉뚱한 캐릭터로 ‘응답하라 1988’을 더 풍성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어수룩한 동네형이 아닙니다… 송강호가 극찬한 안재홍
정봉의 신분은 대입 학력고사 6수생으로, 곧 7수 생활을 시작할 처지에 놓였다.
정봉은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 그러나 드라이기와 핀셋으로 우표를 살려내고, 전화번호부도 줄줄 읊어댈 정도로 좋아하는 것에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극 초반만 해도 ‘덕후’(일본어 ‘오타쿠’ 변형으로 특정 분야 마니아를 뜻한다) 기질이 있는, 사람 좋은 동네형인 줄로만 알았던 정봉에 대한 이야기가 한 겹씩 벗겨지면서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3회에서는 단칸방 살던 성균네가 연탄 1000장을 쌓아놓고 사는 벼락부자가 된 것은 정봉이 모은 올림픽 복권 덕분이었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괄괄한 라미란 여사가 6수생 아들을 구박하지 않는 비밀을 드디어 알아냈다며 시청자들이 박수친 것도 잠시였다. 지난주에는 정봉이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성균네 부부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공개돼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안재홍(29)은 1988년 쌍문동 골목에서 데려와 캐스팅한 것처럼 정봉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수더분한 외모에 푸근한 몸매, 출연 배우 중 유일하게 분장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자연스러운 연기에 일조한다.
프롤로그 ‘응답하라 1988 시청지도서’에 출연한 이동휘(동룡 역) 발언에 따르면 안재홍은 “송강호가 극찬한 최고의 배우”이기도 하다.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한 그는 2013년 영화 ‘족구왕’으로 대중의 눈에 들었다.
● 노안만 보지 마요… 쌍문동 덥히는 노을의 ‘케미’
정봉의 아랫집 반지하에 사는 쌍문고 1학년생 노을은 쌍문동 골목에서 6살 진주 다음으로 어리다.
하지만 40대로 보일 정도로 삭은 얼굴 때문에 등장하자마자 시선을 끌었다. 노을은 16살이지만 그를 연기하는 배우는 서른살의 뮤지컬 배우 출신 최성원이다. 누나 역의 류혜영(24), 혜리(21)보다 실제로 한참 위이니 ‘노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노을은 친구들로부터 ‘반지하’라고 불리면서도 해맑게 웃을 정도로 착한 아들이다. 그러나 공부로나 성깔로나 이 골목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큰누나 보라와 왈패인 둘째 누나 덕선 틈바구니에서 고난의 나날을 보낸다.
노을 캐릭터는 보라와 덕선이라는 강한 캐릭터의 완충 역할을 담당한다. 드센 누나들 사이에서 좀처럼 기를 못 펴는 모습이 자주 웃음을 유발한다. 노을의 출연 분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귀한 막내아들’에게 몰래 용돈을 조금씩 건네는 아버지 동일이나 짜장면 먹을 때 항상 부족했던 단무지까지 나눌 정도로 가까운 윗집형 정봉과의 정다운 ‘케미’(화학작용)가 겨울 쌍문동을 따뜻하게 덥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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