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 ‘섭은낭’, 정혼자를 죽이라는 명을 받는데…

(연합뉴스)대만의 거장 감독 허우샤오셴(侯孝賢)이 오랜만에 새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런데 장르가 의외다. 그동안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무협영화다.

영화 ‘자객 섭은낭’은 당나라 시대 여자 자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섭’은 귀 이(耳)자 아래 이(耳)가 두 개가 있는 ‘소곤거릴’ 섭자이고, 은낭(隱娘)은 ‘몸을 숨긴 여자’라는 뜻이다.

섭은낭(수치)은 어렸을 적 여도사 ‘가신공주’에게 맡겨 살수(殺手)로 키워졌다. 검술 실력은 스승을 이길 정도로 뛰어나지만 자객으로서 마음가짐을 갖추지 못했다. 어느 날 암살 대상자가 어린 아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스승은 그런 섭은낭에게 사촌이자 어렸을 적 정혼한 전계안(장천)을 죽이라고 명한다.

전계안은 가신공주의 쌍둥이 자매인 가성공주의 아들이다. 어릴 적 심하게 몸이 아팠는데 섭은낭의 부친 섭봉이 그를 치료해준다. 가성공주는 그 보답으로 전계안과 섭은낭간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전계안은 당시 세력가의 딸 전원씨와 결혼하게 되고 그 때문에 섭은낭은 집에 있지 못하고 가신공주에게 가게 된다.

이후 전계안은 ‘위박’이라는 지역의 절도사가 된다. 당나라 시절 중앙정부가 지방을 통치하기 위해 변방에 ‘번진’을 설치하고 ‘절도사’를 둬 번진을 다스리게 했다.

섭은낭이 13년 후 전계안을 죽이러 왔을 때 그의 상황은 안팎으로 좋지 않았다. 그가 다스리는 번진은 황실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고, 그의 집안은 본처와 후처간 암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자객으로서 그 상황을 지켜본 섭은낭은 또다시 내적 갈등에 시달린다.

영화 ‘자객 섭은낭’은 동명의 당 시대 전기(傳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섭은낭이 어렸을 적 비구니에게 끌려가 자객으로 길러진다는 인물 설정만 따 왔을 뿐 이야기의 주요 뼈대는 허우 감독이 새롭게 만들었다.

2월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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