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설날연휴에도 고향집에 가지 못 하는 A씨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사진 최지현>

(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취업준비생이라 눈치가 보여요”

 

청주에 사는 A(27·남)씨는 취업준비를 하는 일명 ‘취준생’이다. A씨는 몇 년째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집에도 가지 못하고 책과 연휴기간 외로움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 판이다.

A씨는 “설 연휴가 길다보니 귀성길에 오를 시간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더욱이 취업을 못한 탓에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명절 연휴는 차라리 지옥이다. 특히 가족과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은 취준생들을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한다.

A씨는 “좋은직장에 취업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데 열심히 하지 않아 취업도 못 한다는 말을 듣는 게 싫어 차라리 귀성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설 연휴기간 알바를 통해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보태고자 갖가지 단기 알바에 뛰어들고 있는 취준생들도 있다.

1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모(여·26)씨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생활비가 항상 부족해 힘들었는데 연휴기간 동안 알바를 할 계획”이라며 “고향에 가는 것 보다는 단기알바를 통해 취업준비를 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에도 ‘단기 알바 같이 하실 분’ 등 단기알바를 구하는 업주들의 글이 다수인 것을 볼 수 있다. 몇몇 이용자는 ‘설날 물류알바 업무강도는 어느 정도냐’고 묻기도 하는 등 연휴기간 아르바이트는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취준생들에게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하루라도 쉬면 안 될 것 같아요”

 

명절에도 문을 여는 음식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귀성을 포기하는 음식점 주인들도 이어지고 있다.

청주에서 음식점을 하는 B(55)씨는 “지난해 추석기간에도 식당 문을 열었더니 매출이 많이 올랐었다”며 “그래서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당일 쉬지 않고 문을 열 계획”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 하루라도 쉬면 매출차이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음식점 주인들은 명절 연휴기간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들의 외식 등이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연휴 나들이족’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경쟁자는 있다.

명절 연휴를 틈새시장으로 삼은 편의점 도시락이 활기를 띄면서 식당 주인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외로이 설날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출시돼 있는 간편식은 한끼 때우는데 제격이다.

10년이 넘도록 고향집에 가지 못 한 한 음식점 주인 C(57)씨는 “그래도 명절 연휴기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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