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한 본 테일러(40·미국)는 PGA 투어 풀 시드를 잃은 지 3년이 넘은 선수였다.

그의 마지막 우승은 2005년 8월 리노 타호오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6개월 전이다.

테일러는 이날 우승이 PGA 투어 통산 3승째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첫 승과 다름이 없었다. 그의 이전 우승 기록은 2004년과 2005년 리노 타호오픈이었는데 이 대회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와 같은 기간에 열려 세계적인 톱 랭커들은 모두 WGC 대회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사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조던 스피스, 필 미컬슨(이상 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등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데다 실제로 테일러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6타나 뒤져 있었기 때문이다.

미컬슨이 마지막 홀 1.6m 버디 퍼트를 놓치기 직전까지도 테일러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아마 드물었을 것이다.

사실 테일러는 이번 대회 출전 자격도 없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카를 페테르손(스웨덴)이 기권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출전 자격을 얻었다.

지난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웹닷컴투어 클럽 콜롬비아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테일러는 1라운드 13개 홀에서 4오버파를 치고 기권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페테르손의 기권으로 PGA 투어 대회에 나갈 기회가 생기자 그는 바로 대회장으로 향했다.

AP통신은 “테일러는 항공 요금을 아끼려고 가방도 휴대할 수 있는 것으로 하나만 들고 캘리포니아주로 날아갔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1.5m 안팎의 퍼트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미컬슨은 페블비치 대회에서만 네 차례 우승한 강자였으나 마지막 홀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면서 행운의 여신이 테일러를 향해 웃음을 보냈다.

테일러는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사실 다시 우승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올해 마스터스 출전 자격은 물론 앞으로 2년간 PGA 투어 출전 자격을 확보했다.

테일러는 “마스터스는 내게 슈퍼볼과 같은 대회”라고 즐거워했다.

2014년 여름 자택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인근 강에서 보트 사고로 물에 빠져 아찔한 위기를 겪기도 했던 테일러는 2015년 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가장 먼저 가족이 떠올랐고 나에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로 다음 날 대회장으로 떠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승 상금 126만 달러(약 15억2000만원)를 번 그는 최근 3년간 PGA 투어와 웹닷컴투어에서 획득한 상금 117만 달러보다 더 많은 수입을 한꺼번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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