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어나기 전 상자는 이미 와 있습니다 육면의 이른 새 벽
상자 속은 아직 어둡고 하루치의 마른 채소와 갓 구워낸 잡담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내가 불을 켜고 아침을 짓는 동안 콩나물과 두부가 벽 속으로 사라지고 신문이 사라지고 그가 사라지고
서른아홉 개의 계단이 보입니다 햇살을 움켜쥔 나무가 보입니다 영화 세트처럼 수많은 미니어처들이 나를 반기는 상자 속
한낮의 태양이 헛바퀴처럼 굴러가고 상자는 물을 담아 나를 헹궈냅니다 하루는 더디 가고 상자의 하루는 빠르게 어두워집니다
내가 잠들기 전 상자는 이미 와 있습니다 육면으로 막힌 새 벽
동양일보TV
동양일보
dynews@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