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오프 탈락자들 ‘당혹’ ‘발끈’…탈당·백의종군 고심
홍성·예산 양희권, 보령·서천 이기원 무소속 출마 선언

▲ 당내 공천심사 결정에 따라 컷오프 된 더불어민주당 이종윤(청주 청원)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청구 계획을 밝히며 울먹이고 있다.<사진 최지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4.13 총선을 1개월 앞두고 공천 결과를 속속 발표하면서 충청권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즉각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컷오프된 일부 예비후보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 강행을 시사, 선거 판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13일 현재 당의 결정에 불복,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할지, 승복해 당의 총선 승리를 지원하고 후일을 도모할지를 놓고 쉽게 결론짓지 못하는 분위기다.

컷오프된 후보들은 휴일인 이날 선거사무소 회의를 열어 대책을 강구했다. 회의에서는 당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주장과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컷오프된 새누리당 후보 가운데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청주 흥덕구 김준환 당협위원장과 청원구 권태호 변호사다. 더민주당에서 컷오프된 청원구 이종윤 전 청원군수의 선택도 이 선거구의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즉각 발발하고 나섰다. 어떤 행보를 취할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계획은 이미 정해졌다”, “14일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얘기가 선거 캠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김 위원장 주변의 이런 분위기를 무소속 출마의 뜻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컷오프 결정에 승복했다면 굳이 기자회견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흥덕구의 선거구도는 복잡해진다. 국민의당 후보를 포함해 당초 1여 2야 구도에 여권 성향에 오랜 지역구 관리로 지지층이 두터운 무소속 김 위원장이 가세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

청주 흥덕 선거구는 현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에 이어 이 지역 터줏대감을 자처한 새누리당 김 위원장마저 공천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선거 판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청원 선거구에서는 더민주당의 걱정이 크다.

새누리당 권 변호사가 컷오프되면서 여권 분열을 ‘기대’했지만 권 변호사는 ‘백의종군’하는 것으로 기운 분위기다.

경선 대상이었던 모 후보가 권 변호사 비하 발언을 했다는 루머가 돌아 한때 그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며 긴장감이 돌았으나 권 변호사가 당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등에게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권 변호사는 이제 새누리당 경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그의 판단에 따라 공천 경쟁자로 압축된 김재욱 전 청원군수나 오성균 당협위원장 가운데 본선 진출자가 가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어서 킹메이커로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다.

이와는 달리 이 전 군수를 배제하고 변재일 의원을 단수 추천한 것과 관련, 더민주당은 후폭풍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컷오프에 반발한 이 전 군수가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 전 군수는 지난 11일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한 뒤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전 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000여명의 권리당원과 논의해 중대 결단하겠다”고 밝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길을 열어놨다.

이 전 군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청원구의 선거 판도에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당 공천 후보 1명에 더민주 변재일 의원, 국민의당 신언관 후보, 무소속 이 전 군수 등 야권 후보 3명이 경합하는 모양새여서 야당 성향 표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변 의원의 4선 고지 등정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충남에서도 일부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공천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키로 해 공천 후유증이 일어나고 있다.

홍문표(홍성·예산) 의원과 공천 경쟁이 예상됐던 양희권 예비후보는 경선 없이 단수추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 보령·서천 이기원 예비후보도 김태흠 의원을 20대 총선 후보로 단수추천하자 불만을 품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키로 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