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 논설위원·충북대 교수

4월을 며칠 앞둔 주말, 유리창 너머 따스한 햇살이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잔을 내렸다. 밝은 창가로 향하다가 거실 앞 베란다 화분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띄었다.

며칠 전 노르스름하게 꽃대가 올라오던 군자란이 어느새 활짝 피어 주황색 꽃송이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영산홍이 실내에서 자란 탓에 계절을 앞서 피어 있다. 흰색, 분홍색, 빨간색 꽃송이가 겹겹이 어우러져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자주색 잎사귀의 사랑초에 연 보라빛 꽃들이 사이사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붉은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게발 선인장은 무거운 듯 축 늘어져 있다. 곧 진분홍 꽃들이 벌어질 것 같다.

겨우내 피고 지던 제라늄들은 쉬지 않고 새로운 색깔의 꽃봉오리를 펼치고 있다.

꽃핀 모습을 휴대폰에 담아두면서 꽃을 좋아하는 내게 소박한 행복감을 안겨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다양한 봄꽃들이 그리워 가까운 꽃집을 찾았다. 파릇한 새싹들과 함께 다소곳이 피어있는 꽃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두 나를 데려가라는 양 활짝 핀 어여쁜 모습에 흠뻑 취했다.

나의 상황과 형편을 생각하며 사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았다.

꽃집 주인의 도움을 받아 관리하기 쉽고 꽃이 오래가는 다년생 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 담았다.

꽃값을 지불하고 나니 아까 내가 만지작거리다 내려놓은 화분 하나를 덤으로 주었다. 젊은 주인의 넉넉한 마음까지 챙겨왔다.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이렇게 큰 행복을 살 수 있다니! 화분을 베란다에 배열해 놓고는 잠시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인 설레는 기분에 도취되었다.

문득 어제 저녁 뉴스의 미선나무 꽃 축제가 생각나 괴산 쌍곡리로 나들이를 떠났다.

미선나무는 1종 1속의 열매 모양이 부채 같다고 해서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천연기념수이다.

우리 고장에 있는 천연기념수목인데도 이름만 들었지 실물을 본적이 없어 궁금했던 터라 축제 마지막 날 좀 늦은 시간이지만 출발했다.

주최가 마을단위라서 그런지 차량용 안내 지도에서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보아도 검색을 할 수 없었다. 대충의 정보를 가지고 우선 쌍곡계곡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 가끔 행사를 홍보하는 현수막은 보였지만 정확한 개최 장소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소 불안한 마음이었으나 못 찾으면 되돌아오리라 편하게 마음먹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름길 대신 괴산읍을 경유하는 길을 택해 봤지만 읍내에서도 개최장소에 관한 구체적 정보는 더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마을회관을 목적지로 선택하고 막연히 달렸다. 마을 어귀에 이르러서야 행사장소를 알리는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전세버스와 무리 진 사람들이 무척 반가웠다. 자세한 안내가 없어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큰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처음 보는 미선나무 꽃은 소박한 모양이 개나리와 많이 닮았다. 그윽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흰색이 많지만 환경에 따라 분홍과 붉은 색으로 변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축제장은 미선나무와 약간의 야생화 분재가 전시되었고, 미선나무를 모아 심어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다는 미선나무의 특성만큼 급조한 티가 많이 나고 조경도 어설프게 보였다.

행사장에 마련된 체험부스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삽목한 미선나무 묘목을 사려다 판매자 입에서 지역민도 아닌 비전문가라는 실토에 마음을 접었다.

8회째 이어진 천연기념수 축제에 건 나의 기대가 너무 컸었나 보다. 행사를 지속하려면 여러가지로 많이 보완해야 한다.

전국에서 매화를 선두로 산수유, 동백, 진달래, 개나리, 벚꽃, 유채꽃, 튤립, 철쭉, 홍도화, 장미, 복사꽃 등 봄꽃 축제가 5월까지 이어진다.

무심천 벚꽃도 지역 꽃 축제로 손색없는 장관일텐데 전국 봄꽃 축제 일정표에는 나와있지 않았다. 청남대와 함께 지역의 훌륭한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구체적 과제로 적당한 대안이 아닐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