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기반 정당 없지만 뿌리는 자민련 정서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4.13 총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측근들, 이른바 '안희정 사람들'이 텃밭인 충남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들은 안희정 마케팅을 통해 '전통적인 야권 지지도 + 알파'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선거 초반인 현재까지는 효과가 신통치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자유선진당을 끌어안은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안 지사 측근들이 전패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충남에 출마한 안희정 사람들은 김종민(논산·계룡·금산)·나소열(보령·서천)·박수현(공주·부여·청양) 후보 등이다.

김종민 후보는 충남도 정무부지사 출신이고, 나소열 후보와 박수현 후보도 안 지사 선거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이와 함께 강희권(홍성·예산)·박완주(천안을)·조한기(서산·태안) 후보 등도 범 안희정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안 지사와 함께 찍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거나 안 지사의 얼굴이 들어간 명함 등을 돌리는 등 '안희정 마케팅'으로 표밭을 누비고 있다.

더민주 충남도당의 주요 선거공약도 안 지사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새누리당 후보에 뒤처지고 있다.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와 정당의 분석을 종합하면 더민주는 충남 11개 선거구 가운데 적어도 7∼8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희정 사람들 가운데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수현 후보는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에다 지역 맹주 김종필 전 총리의 지원을 등에 업은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만나 고전하고 있다.

19대총선에서 이인제 후보와 격돌해 2300표 차이로 석패한 김종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에게 밀리고 있고, 3선 서천군수를 지낸 나소열 후보도 친박계 돌격대장 김태흠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이밖에 범 친안계로 분류되는 후보들도 현재까지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충청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 없이 치러지는 총선인데다 그동안 지역정당임을 자처해온 자민련의 바통을 이어온 자유선진당을 끌어안은 새누리당의 바닥 민심이 견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상황이 계속돼 안 지사가 재선하며 일궈놓은 텃밭 충남에서 그의 측근들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과 여진은 곧바로 안 지사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듯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대전과 충남을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 "더민주 후보를 뽑으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강력한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며 안희정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안 지사의 한 측근은 "선거 초반 여론조사는 지지도 조사가 아니라 인지도 조사에 불과하다"며 "여론조사 결과와 바닥 민심에 큰 차이가 느껴지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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