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후보들 기자회견 위해 도청 방문했다 기자실서 만나

▲ 20대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시종(가운데) 충북지사와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에 나왔던 이기용(왼쪽 두번째) 새누리당 충북도당 선거대책위원장, 새누리당 총선 후보들이 도청 기자실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와 새누리당 이기용 충북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총선 후보들이 4.13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예고 없는 만남이 이뤄졌다.

이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들의 만남은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아니었다.

총선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도청에 들른 새누리당 인사들이 기자실에 들어섰다가 먼저 와 있던 이 지사와 맞닥뜨렸다.

이 지사는 도청 여직원 봉사 모임인 ‘목련회’ 임원들과 오찬을 한 뒤 집무실로 들어가던 도중 기자실에 들렀다.

이 지사가 출입 기자들과 선거 판세 등을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충북도당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과 청주권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경국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정윤숙(비례대표) 의원, 박정희 전 청주교육장 등이 들어왔다.

이 전 교육감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 이 지사와 각을 세우다가 중도 사퇴했다.

이어 경대수(증평·진천·음성)·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최현호(청주 서원)·송태영(청주 흥덕)·오성균(청주 청원) 후보들도 하나 둘씩 기자실을 찾았다.

새누리당 인사들은 오후 1시 30분 예정된 합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청으로 모여 들었다.

이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들어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일이 반갑게 손을 잡은 뒤 인사를 나눴다. 정우택(청주 상당) 전 충북지사는 기자회견 시간이 임박해 직접 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이 지사와 만나지는 못했다.

이 지사는 순식간에 빨간색 선거운동 복장을 입은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둘러싸였으나 환담과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보였다.

이기용 선대위원장이 이 지사에게 “이참에 새누리당에 입당을 선언하라”고 말하자 이 지사는 “저도 빨간 유니폼을 입어야 할 것 같다. 빨간 옷이 예쁜데 나도 하나만 달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충북에서 새누리당이 앞서고 있으니 적당히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새누리당의 한 후보가 이를 놓치지 않고 “(빨간 유니폼 입으려면) 당적을 옮기셔야 되잖아요”라고 은근히 의중을 떠봤으나 이 지사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겠다”는 대답으로 비껴갔다.

이 선대위원장은 ‘무패가도’를 달린 이 지사에게 “7전 7승을 했는데, 노하우 좀 알려 달라”며 “이렇게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인 기념으로 그 비결을 알려 달라”고 비법 전수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1995년 충주시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충주에서 국회의원 재선 가도를 달렸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시 지사였던 정우택 후보를 꺾었고 2년 전 다시 재선에 성공하면서 출마한 7번의 선거를 모두 승리했다.

이 지사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막강한데 제가 알려 드릴 게 뭐가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10여분의 대화를 주고받던 이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들은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오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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