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후보들 기자회견 위해 도청 방문했다 기자실서 만나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와 새누리당 이기용 충북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총선 후보들이 4.13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예고 없는 만남이 이뤄졌다.
이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들의 만남은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아니었다.
총선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도청에 들른 새누리당 인사들이 기자실에 들어섰다가 먼저 와 있던 이 지사와 맞닥뜨렸다.
이 지사는 도청 여직원 봉사 모임인 ‘목련회’ 임원들과 오찬을 한 뒤 집무실로 들어가던 도중 기자실에 들렀다.
이 지사가 출입 기자들과 선거 판세 등을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충북도당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과 청주권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경국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정윤숙(비례대표) 의원, 박정희 전 청주교육장 등이 들어왔다.
이 전 교육감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 이 지사와 각을 세우다가 중도 사퇴했다.
이어 경대수(증평·진천·음성)·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최현호(청주 서원)·송태영(청주 흥덕)·오성균(청주 청원) 후보들도 하나 둘씩 기자실을 찾았다.
새누리당 인사들은 오후 1시 30분 예정된 합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청으로 모여 들었다.
이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들어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일이 반갑게 손을 잡은 뒤 인사를 나눴다. 정우택(청주 상당) 전 충북지사는 기자회견 시간이 임박해 직접 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이 지사와 만나지는 못했다.
이 지사는 순식간에 빨간색 선거운동 복장을 입은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둘러싸였으나 환담과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보였다.
이기용 선대위원장이 이 지사에게 “이참에 새누리당에 입당을 선언하라”고 말하자 이 지사는 “저도 빨간 유니폼을 입어야 할 것 같다. 빨간 옷이 예쁜데 나도 하나만 달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충북에서 새누리당이 앞서고 있으니 적당히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새누리당의 한 후보가 이를 놓치지 않고 “(빨간 유니폼 입으려면) 당적을 옮기셔야 되잖아요”라고 은근히 의중을 떠봤으나 이 지사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겠다”는 대답으로 비껴갔다.
이 선대위원장은 ‘무패가도’를 달린 이 지사에게 “7전 7승을 했는데, 노하우 좀 알려 달라”며 “이렇게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인 기념으로 그 비결을 알려 달라”고 비법 전수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1995년 충주시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충주에서 국회의원 재선 가도를 달렸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시 지사였던 정우택 후보를 꺾었고 2년 전 다시 재선에 성공하면서 출마한 7번의 선거를 모두 승리했다.
이 지사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막강한데 제가 알려 드릴 게 뭐가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10여분의 대화를 주고받던 이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들은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오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