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현관 옆 주차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핸들을 틀어 주차하려는 순간, 아내가 카랑한 소리로 말한다. “장애인 주차구역이잖아.” “잠깐 집에 들렀다 나갈 건데 뭐.”

과거 필자는 ‘잠시’라는 핑계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가끔 이용했다. 이처럼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시급한 일이 있어’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다 적발되는 건수는 생활불편신고 앱을 통한 스마트폰 신고가 활성화되면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청원구만 하더라도 2014년 하반기 370건에서 2015년에는 1178건의 신고가 접수되어 과태료를 부과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인 부과건수는 2011년 1만2191건에서 2014년 6만866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관련법이 제정 된지 20년 가까이 되어 누구나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위반하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공통의 룰을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위반하고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는 ‘주차가능’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부착하고 보행 상 장애가 있는 자가 탑승한 경우에만 주차할 수 있다. ‘주차불가’ 표지를 발급받았거나 ‘주차가능’ 표지를 발급받은 차량이라 하더라도 표지를 전면에 보이도록 부착하지 않으면 주차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하다 단속될 경우 10만원, 장애인자동차표지 위·변조 및 부당사용 행위로 적발될 경우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앞이나 뒤, 양 측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하는 행위 등 장애인 탑승 차량이 주차할 수 없도록 주차 방해 행위를 할 경우에는 50만원의 과태료 부과 조항이 ‘2015년 7월 29일 신설되었으나 아직까지 사회인식이 저조하여 ‘2016년 8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계도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복지선진국의 경우에는 최대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과태료는 지난 1999년 법 조항이 제정되어 17년간 10만원이라는 금액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위반하는 운전자에 대한 신고포상제 도입과 현행 과태료를 복지선진국의 경우처럼 대폭 올려 위반자에게 경각심의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불법주차가 위법행위라는 의식이 부족하여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우선 시민의 의식부터 변화해야 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이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위해 만들어진 그들의 자리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강탈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여기에 장애인이 몇 명이나 살고 있겠어?’ ‘내가 사는 곳에 내 마음대로 주차도 못하나’하는 생각이 그 자리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줄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순간의 판단 한번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조금 더 성숙해진다면 법을 위반하는 행위도 그로 인해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지 않을까?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한 개인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척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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