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참나무인 것은

미루나무처럼 곧거나

목련처럼 소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툭툭 터진 껍질 가득

앞발 날카로운 집게벌레와

독침 벌름거리는 왕퉁이를 다스리기 때문도 아니다

수많은 나무 중 네가 참씨인 것은

단단한 성깔 아꼈다가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손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괭이나 도끼자루 맷돌 손잡이

해마다 터지는 새암배미 참말뚝까지

땀 흘려 일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댕강댕강 잘려 버섯까지 키우는 그대,

아직도 옆구리 퍼렇게 메질 사납지만

조그만 이마를 향해

온몸으로 사랑해줄 상수리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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