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세종시가 ‘투기장’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살집 마련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한 것처럼 속이는 ‘다운계약’ 의심 사례까지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세종시에 이주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 분양권에 차익을 남기고 내다 팔았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국가균형발전의 모델로 건설된 세종시가 공무원을 필두로 뛰어든 투기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실제 입주를 하지 않고 전매금지 기간이 풀리는 시점에 분양권을 대거 팔아치운 분양권 양도양수건이 지난 한해만 1만건에 육박했다. 2014년 8∼9월 사이 분양한 2-2생활권 아파트 일반인 청약 당첨자의 전매금지 기간이 풀리는 시기가 지난해 9월이었고, 이 기간에 5000건이 넘는 물량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으로만 보아도 투기 의혹을 받을 만하다.
여기에 다운계약이 의심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수백건에 이어 올 1월에도 95건을 기록하는 등 3월까지 150건 안팎의 다운계약 의심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세종시에서도 다운계약이 의심되는 거래 당사자들로부터 금융거래내용 등 추가 자료를 요청받아 사실 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고 한다.
정부는 중앙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공무원들의 주거정착을 위해 아파트 특별공급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세종시에 분양하는 모든 아파트 물량의 70%(2014년부터 50%)를 공무원들에게 선분양해주는 파격적인 제도였다. 현재까지 1만2000여명이 특별공급 혜택을 누렸다. 분양가도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이주를 꺼리던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런데 지난해 말 세종시청이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취득세 감면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무원 9900명중 실제 입주를 마친 공무원이 6198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을 포기한 미계약자 등은 배제하더라도, 최소한 2000명 안팎의 인원이 실제 입주하지 않고 분양권을 전매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올 1월에는 구매 후 2년이 안 돼 아파트를 내다 판 9명의 공무원이 적발돼 감면받은 취득세 4500만원을 토해내기도 했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착을 돕기 위해 주변시세보다 아주 저렴한 분양가에 아파트를 공급했더니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일반 시민에게 비싸게 되판 것이다.
특별공급 당첨자의 36%가 입주 이전에 분양권을 팔았고, 심지어 투기를 감시해야 할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공무원 분양권 당첨자도 각각 7.5%, 4.2%가 전매했다고 한다. 
공무원 신분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불법전매를 자행한 것은 스스로 공무원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공무원 신분을 악용한 불법에는 추상같은 법 집행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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