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쇠지울못이 도로개설로 인해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지역 환경단체가 사업 중단과 원형 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단체가 주장하는 공사 중단과 원형보전 요구의 주된 이유는 그동안 시가 친수공간 부족을 이유로 추진하는 인공연못 조성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한쪽에서는 인공연못 조성을 추진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있는 호수를 매립하고 축소에 발 벗고 나서는 정책을 추진해 한마디로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두 번째로는 충주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호암지를 예로 들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연못에 많은 예산을 들여 산책로 조성과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꾸민 뒤 운동기구까지 설치해 시민들이 호암지에서 많은 행복을 얻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같은 논리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연못의 경우 물에 대해 친화성이 있어야 좋은 동네라는 뜻을 에둘러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단체는 또 영조 33~41년(1757∼1765년)에 전국 각지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엮은 전국 지리지인 여지도서(輿地圖書)를 인용해 역사성에 근거한 논리도 펼쳤다.
여지도서에는 쇠지울못 위치와 둘레, 수심 수치까지 기록돼 있고 옛 이름이 ‘금지동제(金知洞堤)’라는 사실도 이 단체가 추가로 밝혀냈다.
그러면서 ‘금지동제’의 의미를 ‘쇠를 치던 골짜기’와 ‘쇠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골짜기’에서 음과 뜻을 살린 이두식 표현으로 추정된다는 설명했다.
이 단체가 쇠지울못 명칭을 ‘금지동제’라며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최근 공개된 충주지역 제철유적지 발굴조사와도 연관돼 있다.
지난달 충주 탄금대에서 백제시대 제철 유적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제철로 4기와 불순물 제거 정련로 1기, 철광석 파쇄장 등이 발굴조사를 통해 빛을 보게 돼 충주지역이 철기 생산과 유통 중심지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전에도 충주지역에서는 제철 유적이 다수 발굴됐던 터라 이 단체는 쇠지울못과 여지도서, ‘금지동제’를 연결시켜 이 작은 연못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픈 마음이 들었을 게다.
이 단체가 주장하듯 도로를 개설할 때 전문가와 시민단체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시도 나름대로 연못을 지나는 교량 때문에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가 있다. 연못을 관리하는 부서는 본연의 목적인 용수공급이 불필요해져 몽리구역 취소결정을 하고 싶겠지만 이 또한 충주가 제철유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유보해야 할 상황이다.
이 단체는 최근 공개된 백제 제철유적지와 쇠지울못의 연계성을 조사하고 학술대회를 통해 역사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당장 사업 중단 목소리를 내고 싶겠지만 모든 행정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시와 시민사회단체가 각종 현안이 생길 때마다 충돌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목소리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나오는 건전한 비판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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