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경기부진으로 가계의 빚이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많은 빚에 몰린 한계가구가 134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장기화 덕에 현재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등 충격이 발생하면 집단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의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나 저소득 차주 등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부채 있는 가구중 12.5%가 한계가구 =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월말 현재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1072만가구)의 12.5%에 해당하는 134만가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만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가진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29.1%로, 1년전(28.6%)보다 비중이 0.5%포인트(p) 높아졌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부실위험가구는 작년 3월 말 현재 111만 가구로 1년 전보다 3만가구 증가했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0.4%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는 전체의 20.1%로 1.0%p 상승했다.

한계가구와 부실위험가구로 중복 산정된 가구가 54만가구임을 고려하면 137만가구는 금융부채가 많아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양쪽에 중복 산정된 가구 중 저소득층(40%), 40대(38.5%), 자영업자(34.2%) 계층이 많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소득대비·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 급등세 국내 가계가 처분할 수 있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145.6%였다.

6개월 전인 작년 9월 말(140.7%)보다 4.9%p 올랐다.

이는 2005년부터 10년 간의 연평균 상승폭(3.1%p)을 크게 웃도는 급증세다.

가계가 가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작년 말 현재 44.8%로 작년 6월말(44.0%)보다 0.8%p 올랐다.

가계 금융자산 중에선 현금·예금이 작년 말 현재 43.1%로 가장 많았지만, 고령화로 노후대비 경향이 확산하면서 보험·연금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저금리 덕에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작년 4분기 36.9%로 1년 전(37.7%)보다 0.8%p 하락했다.

하지만 금리가 1%p 상승할 때 한계가구 비중은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134만가구)에서 13.3%(143만가구)로 높아지고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도 31.8%로 2.7%p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부채/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작년 6월 말 이후 급격히 상승해 작년 말 기준 91.3%로 역대 최고에 달했다.

●2금융권 다중채무자·저소득층 대출도 증가 =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저소득·저신용 차주들이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몰리면서 보험,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 가계대출 중 저소득층, 다중채무자 등 취약한 대출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여러 곳의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대출은 지난 1분기 말 현재 128조9000억원으로 1년 전(112조2000억원)보다 16조7000억원 늘었다.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작년 1분기 26.0%에서 올 1분기 26.9%로 상승했다.

저소득층 대출자의 비중도 올 1분기 33.6%로 1년전 31.9%보다 1.7%p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금리 상승 등 향후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부실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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