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3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상급자의 폭행과 폭언을 언급하고 나서 그의 사망 의혹은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회장 양재규)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41기 동기회는 “김 검사는 명랑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부모님과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이 있었기에 업무 스트레스만으로는 자신의 목숨을 버릴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며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동기회는 “김 검사가 사망 전에 친구나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김 검사의 유족이 제출한 탄원서 등을 기초로 김 검사에 대한 폭언·폭행과 업무 외적인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지난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남긴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유족과 동료들은 업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믿지 않고 있다. 김 검사의 동기들은 평소 친구들에게 ‘술에 취해 때린다’, ‘부장의 술시중으로 힘들다’, ‘죽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알리면서 김 검사의 상사였던 K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김 검사가 보냈다는 메신저에는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거나 ‘술자리에서 공개적인 폭언을 들으며 자괴감을 느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내용도 있다. 김 검사의 부친도 최근 대검과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아들이 부장검사의 폭언과 비상식적인 인격 모독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메신저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명색이 현직 검사인데 어쩌다 이런 일을 당했나 싶을 정도다. 법조계에선 이런 일이 검찰 조직의 전근대적인 상명하복 문화와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해당하는 상명하복 규정인 ‘검사가 검찰 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이 전근대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2004년과 2009년에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부분을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수정하고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항명권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업무 외적인 일에서까지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 검사에게 부여한 항명권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김 검사는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4월 부임했다. 단지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검찰 조직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예기치 않은 불상사는 또 발생할 수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김 검사의 죽음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 한 내용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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