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시인)

▲ 나기황(시인)

'포켓몬GO'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외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보는 게 맞다.  디지털게임과 무관한 사람들에게는 뜬금없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포켓몬고’는 귓등으로라도 알고 가야 할 시대적 이슈다. 신문방송에서 언급됐던 머리글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닌텐도 사(社) '포켓몬GO' 열풍에 주가 폭등”, “포켓몬고의 성지(聖地)-속초행 고속버스터미널 북적”, "2020년 AR시장규모 1천200억 달러", “새 학기부터 디지털교과서에 ‘AR’기술 도입”, “미국 '포켓몬고' 일일이용자(DAU) 2천100만 명 신기록” 등 포켓몬고에 대한 열풍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포겟몬고가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이기에 이리 호들갑이냐”고 한다면 할 말 없다. 게임에 관해서는 필자 역시 PC게임의 지존격인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조차 해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다. 얘긴즉슨 게임얘기가 아니고 이번에 출시된 ‘포켓몬고’에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구현됐다는 사실이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가상의 이미지를 현실장소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번 ‘포켓몬고’게임은 스마트폰 단말기에 탑재된 구글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서 알려주는 특정장소에 가면 다양한 게임속의 몬스터(캐릭터)가 실제처럼 나타나는데 이때 출몰한 몬스터(가상이미지)를 포켓볼로 포획하는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다. 일명 '혼합현실(MR-Mixed Reality)'이라고 하는 ‘AR'기술 덕분이다.

‘알파고(AlphaGo)’가 세계바둑챔피언 이세돌과 바둑대결을 벌임으로서 인공지능(IR)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듯이, 이번에는 ‘포켓몬고’가 우리를 현실과 가상현실(VR)의 경계로 데려가 신천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우리 곁에서 융.복합을 거듭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ICT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포켓몬고‘의 주역인 밀레니얼세대조차 임사체험(臨死體驗)에서 깨어난 것처럼 얼떨떨한 상태로 ICT의 속도전에 끌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2020년이면 AR 시장규모는 1천200억 달러(약 136조 원)에 이를 것이다“라는 전망이 말해주듯 1990년대부터 시작된 AR시장이 이번 ‘포겟몬고’ 출시를 기폭제로 해서 디지털플랫폼 사업전반에 걸쳐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내놓게 될 것이다.
가구업체 이케아가 가구를 미리 배치해 볼 수 있는 카탈로그 앱을 선보였고, 항공기를 만드는 ‘보잉’사나 자동차 제조사 벤츠도 제조과정(부품조립)에서 하자를 줄일 수 있는 ‘AR시스템’을 개발했다.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는 AR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화제가 됐다. 그냥 보면 풍경화인데 디지털기기를 통해서 보면 그림 위로 나비가 날아들고 강물이 흐르는 마치 ’살아 움직이고 확장되는‘ 신기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문명을 받아들이는 유저들의 인식도 세대를 불문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폴더 폰’ 문자기능도 벅차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최신형 스마트폰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던 손자 녀석이 어느 순간 스마트폰에서 빠져나와 거실을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도 이제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좋든 싫든 알파고의 ‘인공지능’도 오고 포켓몬고의 ‘증강현실’도 우리 곁에 와 있다. 내가 잘 모른다고 '신기술‘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적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기왕 맞이할 손님이라면 ”몬스타GO, 넌 또 누구냐“하고 한번쯤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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