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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한 사람 곁에 또 한사람<김주희>
동양칼럼-한 사람 곁에 또 한사람<김주희>
  • 동양일보
  • 승인 2016.08.0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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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논설위원/침례신학대 교수>
▲ 김주희<논설위원/침례신학대 교수>

한 사람을 안다. 사람 잘 거두고 마음 약한 그, 고생도 하고 복락도 누리며 그만저만하게 한 생애 살고 있는 사람. 내세울만한 공을 세우고도 작은 일에 자주 걸려넘어지는 안쓰러운 이. 옳은 얘기도 자주 들으면 멀미나는 게 사람 일인데, 비 오면 미투리 안 팔리고 해 나면 나막신 안 팔리는 암울한 성정의 사람도 아니건만 모임과 회원을 이상하게 힘들게 하고야 마는 이. 나라와 민족까지는 아니어도 기꺼이 그 한 세월 바쳐왔다는 레파토리를 축대삼아 모일 때마다 중심에 한사코 올라서는 인물. 그 한 사람은 누군가 힘든 얘기를 하면 바로 자기 이야기로 가져간다. 나는 어땠겠냐고, 나는 어떠했다고 모든 이야기 모든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 대화의 블랙홀, 이 한사람이 자주 꺼내드는 것은 자기 미화와 분노 표출이다. 무엇은 섭섭하고 무엇도 억울하다면서 만날 때마다 기여한 공로 아래 집합시킨다.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실은 인정욕구일 그 알아달라는 내용을 분노 방식으로 표출하기 때문에 어느 때는 분노를 기획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마다 그 사람의 낯꽃 살피기에 피로해지니 모임에 자유롭고 기쁜 활기는 사라지고, 개별로 만나거나 단체로 보거나 한 사람은 장전된 총처럼 위험해진다. 그 전방위 분노는 예측할 수 없이 반복되면서 남을 조종하는 수단이 되고 견디다 못한 누군가 욱, 박차고 일어나는 일은 예고된 과정일지 참사가 된다. 자신과 모임, 욱한 모두 상처로 새겨지는 그런. 
 무슨 약인가가 좋다고 사먹으라는 맥락도 친절도 없는 전화를 받았다. 그 한 사람한테다. 오메가 쓰리는 안좋다고, 물고기 기름으로 만드는 건 싸구려고 산사자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챙겨 무언가 열심히 먹는 편이 못되는지라 오메가 디도 산사자도 초문인 처지인데 산사자는 살아있는 사자라고, 그걸 모르느냐고 면박을 받았다. 모르기는 하되 멸종위기 동물일 사자를 어떻게 건강식품에까지 넣어 판다는지 물으니 사자를 액기스로 넣는다고, 무식하게 그런 것도 모르면서 박사는 무슨 박사냐고 힘들여 취득한 학위까지 타박했다. 학위 우세를 기념 삼아 찾아보니 산사나무 열매를 산사자라고 한다는데. 아아 쟁그러운 정신세계. 자신을 세상 중심으로 구축한 이를 대하는 암담함. 이런 한 사람 곁에서는 무엇을 배포하건 가르침이나 모욕이나 친절이나 분노라도 후딱 당해주고 상황 마치는 게 상수인지 어쩐지. 너무 가깝게 밀치며 들이미는 일은 버겁고 무거우니 관계에도 예의 개입할 거리가 절실한데, 아는 선생님도 사소한 듯 갑갑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 여름 시작할 때 기도를 중보할 일이 있었다. 결혼해 오년 쯤 나가 살던 딸이 타국에서 오래 긴장하며 지내 그런지 죽을 꼴로 왔다고, 죽도 못 넘기며 누워 앓아서 함께 기도하며 걱정도 나누고 있었다. 차츰차츰 느리게 낫는 중 선생님이 여동생에게 딸 아픈 얘기를 했더니 느닷없이 맘이 약하고 호강에 겨워 그러는 거라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데 가 살며 왜 병이 나느냐고 하더란다. 또 딸에게 잘 못해줘 그런 다고, 자기는 제 자식과 하루에도 두어 시간씩 통화하면서 보살핀다고 자랑질까지 덧붙이더라는 얘기였다. 판을 읽어도 한참 잘못 읽어냈다. 공감을 바라는데 판단을 둘러치는 멀미나는 인류들, 배고프니 밥 같이 먹자는데 제 밥상 메뉴 자랑하는 무도함. 몸 아픈데 굳이 심인성 약함으로 몰아 가 강한 의지 들이미는 무모까지. 이런 일상 참고 견디며 사랑하자면 하늘의 기적이 절실하다. 문제는 그 한 사람이 도처에 있다는 것이다. 그 곁에서 막막할 때가 있고 그 한 사람스러운 주체가 되어 남 힘들게 할 적도 있다. 당할 때는 대처가 난감하고, 저지를 때는 참혹하다. 내 실수는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고, 누구 실수는 내 납득 때까지 빌어주면 좋겠는 우주의 중심 편집은 늘 일어나니 방심하면 툭툭 불거지는 내 속 교묘한 죄의 성향이 슬프다. 목사님은 하늘 아래 별 인생이 없다고 한다. 사람이 온통 나쁘기만 하기도 좋기만 할 수도 없다는 말을 진지하게 승인하다보면 까딱하다가 희생양 코스프레와 분노 과시로 존재감 확인하는 허술에 제가 빠질 수 있다는 결론에 당도하겠다. 욕하며 닮아가는 이 죄성이라니. 차지게도 날 더운데 정신줄을 좀 붙들어 볼 일인지 어쩐지, 더위에 이도저도 심드렁해지면 제발 전 세계에 만연해가는 욱, 이 멈추기를 피서 삼아 바라거나. 너무 끈끈하게 붙어 관계 멀미 일으키지 말고, 바람 통할 거리만치라도 떨어져 앉아서, 이 더운 날씨에는 삭혀가면서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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