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청주고 출신 프로야구 선수인 이태양(23)이 지난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20대 초반 젊은 유망주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선수다. 그러나 승부조작으로 선수생활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선수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이제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물거품 될 처지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잘 못에 대해서 분명 그에 상응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만 ‘영구제명’이라는 엄벌을 내릴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어린 선수를 꼬드겨 승부조작에 가담시킨 브로커를 엄벌해야 한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프로 입단 후 2군 생활을 거친 어린 선수들이다.

브로커들은 선수들에게 술과 향응을 제공하며 환심을 산 뒤 친분을 쌓으면 검은 뒷거래를 제안하는 방법으로 승부조작을 끌어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니 이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판단력을 상실한 선수들은 때늦은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또 유혹을 뿌리친다 하더라도 지인이거나 지인의 소개로 만났기 때문에 이들을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이태양은 검찰 조사에서 승부조작에 실패한 뒤 브로커에게 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스포츠토토는 보통 조직폭력배가 개입돼 있다. 실패했다고 폭행을 하는데 처음부터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거다.

이태양의 한 측근은 당시 승부조작에 실패하고 난 뒤 한 브로커가 야구장까지 찾아와 ‘협박’을 하거나 홈페이지에 ‘승부조작’과 관련한 글을 올려 강한 압박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KBO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선수들에게 ‘선수 제명’이라는 극단적인 제재를 가하기 보다는 앞날이 창창한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아량을 베풀었으면 한다.

선처가 이들을 다시 태어나게 해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주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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