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40도를 육박하는 폭염 속에 냉방기 사용을 자제하며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일반 가정에 적용되는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에 적용되는 누진제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정용 전기요금의 불균형에 대한 요금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력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눠 내며 누진배율(가장 낮은 요금과 가장 높은 요금 사이의 비율)이 11.7배로 미국(1.1배), 일본(1.4배)에 비해 훨씬 높다.
매년 여름에는 전기요금 문제가 제기됐지만, 찬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 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전기료 체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요즘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전기의 도매가격은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공포에 떨고 있는데 비해 한국전력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 이미 6조3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등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6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65.31원/㎾h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7월의 66.39원/㎾h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전달인 5월의 68.78원/㎾h보다도 3.47원/㎾h 더 떨어진 것이다. 올해는 평년보다 두 달가량 이른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전기 도매가격은 외려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SMP가 낮아져도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 소매가격에 곧장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은 정부 승인을 거쳐 결정되는 정책적 가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 도매가격의 인하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9월 한시적으로 시행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도 올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체 6단계의 누진제 가운데 4단계에 해당하는 전기를 썼더라도 3단계 요금을 적용했다. 전기요금만 에너지 가운데 유일하게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요금은 연료비가 싸지면 소비를 늘리고 비싸지면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하는 만큼 전기요금도 에너지 가격의 변동을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일반 가정에 전기료 부담 완화를 위해 누진제 개편을 들고 나왔다. 더민주 박주민 의원 등은 전기 요금 누진 단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고 누진율을 현행 11.7배에서 2배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도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6단계 누진세 제도를 개편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청주시 현도면 사무소가 최근 관내 경로당 25곳을 점검한 결과 8곳이 아예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 경로당을 찾은 노인들이 폭염에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서민층을 위주로 가정용 요금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요금체계를 바탕으로 쾌적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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