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충북경자청), 청주시는 연간 수천억원의 파급효과가 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청주 항공정비(MRO) 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먹거리라고 잔뜩 기대만 부풀게 하더니 지난달 26일 MRO사업의 주력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이 포기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서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주력업체가 포기한 마당에 충북경자청과 투자 협약을 맺은 업체들이 입주할 지는 의문이다. 이제 사업단지는 썰렁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MRO사업이 처음 추진됐던 건 정우택 전 충북지사의 재임시절이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청주국제공항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로 시작되면서 충북도와 청주시는 7년 동안 부지매입비 등 246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으며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기대감에 들뜨게 하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부가 항공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2009년 12월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단독 지정한데 이어 이듬해 11월 지식경제부도 MRO 유망거점지역으로 청주공항을 지정했다. 2011년 1월 국토부도 4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지정 고시했고, 이듬해 5월 항공정책시행계획에 MRO단지 조성관련 시범단지 조성과 투자유치 지원을 담았다. 그리고 2013년 2월 산업부가 청주공항 인근 MRO단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주공항이 한국 MRO산업의 중심지로 조성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남 사천이 MRO산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4년 12월 23일 경남도와 MRO사업 양해각서를 전격 체결했던 것이다. 사업추진에 느긋한 분위기였던 충북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청주 MRO단지 조성을 전담해 온 전상헌 충북 경자청장은 “사천 MRO 클러스터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MRO와 무관하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시켰지만, 그때부터 이미 청주 MRO사업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던 셈이다. 하면서도 그는 일련의 불안한 전조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해 헤쳐나갈 방안을 찾지않았다. 너무 낙관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데도 책임을 지려는 이가 없다. 되레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자청이 이번엔 ‘항공국가산단’을 추진하고 있다. 7년 동안 하세월로 시간을 허송낭비한 ‘전력’을 보면 이번에 새롭게 추진하려는 ‘항공국가산단’이 잘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급기야 29일 새누리당 소속 충북도의원들이 MRO사업 백지화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종 충북지사의 대도민 사과와 전상헌 충북경자청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의원들이 해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전 청장이 그동안 임기응변식으로 안일하게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것과 “도민들의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7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고, 246억원의 혈세가 날아갔다. 도민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러나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응분의 책임을 지운 뒤 새로운 틀로 새롭게 다시 MRO사업을 추진해야 된다. 그래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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