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3년 새 33곳 폐업…기름살 돈 없어 휴업도 37곳
시장포화·출혈경쟁 경영난에 극단적 선택하는 업주도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충북지역 주유소 업계가 오랜 불황으로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역에서 주유소 몇 개소만 운영하면 갑부소리를 듣던 ‘황금산업’이란 말도 옛말이 된 것이다.

21일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에 따르면 9월 현재 도내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771개소로 2014년 12곳, 2015년 11곳, 올 들어 10곳 등 최근 3년 새 33곳이 문을 닫았다.

관련업계에선 1995년 유가자유화 시행과 1996년 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신규 주유소가 급증했고 MB정부 때 농협과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에 알뜰주유소까지 허가해 주면서 최근 4∼5년 사이 주유업계는 시장 과포화로 인한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유업계는 폐업을 선택한 경영주는 그나마 낫다고 말한다.

폐업을 하려면 시설 철거에 만 1억여원이 들어가 폐업자금 확보가 어려운 주유소는 휴업을 할 수 밖에 없다.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일가족 4명이 동반 자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9일 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가 자녀 2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부는 수십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는 처지를 비관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부는 10여 년 전부터 2개의 주유소를 운영해 왔다. 인수 초기만 해도 수입이 꽤 괜찮은 편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벌이가 줄어 몇 년 전부터 경영난에 봉착했다.

이를 복구하려 지난 5월 친척과 금융권에서 빌린 돈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업마저 실패하며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청주지역 한 주유소 운영자는 “장사가 잘 되면 주유소라도 넘겨 손해를 최소화 하겠지만 장사가 안 되니 인수하려는 사람도 없다”며 “용도변경을 통해 다른 사업을 하려 해도 폐업 하려면 자금이 들어가니 무작정 휴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청주의 한 주유소는 몇 년 전부터 재활용품을 수거 판매하는 알뜰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재현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사무국장은 “정부의 시장 개입 이후 정유사 직영점이나 재정적 여유가 있어 대량매입을 할 수 있는 주유소 이외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인건비라도 아끼려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도 한계가 있고 결국 정부가 최소한의 하한가를 정해 업소 간 출혈경쟁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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