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오는, 참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책 읽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한 모임에 나갔다. 화두는 ‘취미’.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며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됐다. 취준생인 한 참석자는 “취업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며 한숨을 토했다.
한 대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일을 마치고 동행한 사람을 따라 대학 도서관에 들렀다.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열람실은 공부 하는 사람들로 빼곡 했던 반면 책을 빌릴 수 있는 자료실은 한산했다. 가끔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전공서적 서가나 자격증·수험서 서가에서나 볼 수 있고 문학이나 인문학 도서를 찾는 사람들은 몇 명 없었다.
한 대학생에게선 “수험서와 전공서적 보기에도 벅차 책을 읽을 여가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극심한 취업난에 가을의 낭만까지도 빼앗긴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 비율은 불과 6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간 10명 중 3~4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 수상자를 배출해내고 노벨문학상을 바라보는 한국에서 이 정도의 독서량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올해 초 미국의 주간잡지 ‘뉴요커’는 한 기사에서 “선진국 가운데 1인 독서량이 최저인데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만 되면 한국 작가의 수상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면서 한국의 독서현실을 꼬집었다. 즉 책은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만 바란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표절문제에 실망한 독자들이 문학 책을 아주 놓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극심한 취업난과 팍팍한 현실에 책 한권 읽을 여유조차 뺏긴 청년들을 목격하게 한 씁쓸한 경험이었다.
언제쯤이면 대학생들이 독서의 계절을 오롯이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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