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홍해리

역설

 

홍해리

 

너 없이는 한 시도 못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

찔레꽃 피우지 말아라

내 생각도 하지 말거라

네 하얀 꽃잎 상복 같아서

내 가는 길 눈물 젖는다

한갓된 세상 모든 것

있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어라

아픔도 때로는 얼마나 아름다우랴

발자국 남기지 말고 가거라

먼 길 갈 때는 빈손이 좋다

텅 빈 자리 채우는 게 삶이다

한때는 짧아서 아름다운 법이란다.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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