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 화환도 반품 속출해…
음성화훼유통센터 거래량 40%↓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충북도내 화훼농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 관련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식사·선물·애경사 기준인 3만·5만·10만원 기준보다 저렴한 5만원 이하 화환을 내놨지만 받는 이들이 부담스러워 하면서 반품 사태가 이어져 판매 저조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23년째 난을 재배하고 있는 화훼농 박한흥(81)씨는 3개월 전 1본에 5000원 하던 덴파레 품종 경매가 이달 들어 3500원까지 떨어지면서 IMF(국제통화기금) 때보다도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박씨는 덴파레 등 3∼4종의 난을 연평균 5만여본씩 생산해 왔지만 올해는 찾는 이가 없어 출하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의 130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는 아직도 지난 1년여 간 공들여 키운 서양란이 가득하고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통상 관상용 난은 재배량의 90% 이상이 관공서나 기업의 승진·인사 선물용으로 팔려 나간다.

김영란법에서도 사교나 의례 목적으로 5만원 이하의 선물 제공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선물 자체를 기피하면서 화훼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음성군 대소·삼성면에서 난을 재배하는 농가는 3곳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6개월 사이 박씨를 제외한 2곳이 문을 닫았다.

이들 농가 2곳은 내년부터 다른 작물을 키우기로 했다.

박씨 역시 내년 2∼4월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난과 같은 화훼 작물은 연초 인사철이나 학교 졸업·입학 시즌이 최대 대목으로 한해 농사의 성공 여부를 가름한다.

박씨는 “이런 분위기면 내년 인사철에는 1년 넘게 애써 키운 난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퇴직 후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시작한 농사인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박씨는 “3달 전 1본에 5000원 하던 덴파레 품종 경매가가 이달 들어서 3500원까지 떨어졌다”며 “여든 평생 이렇게 힘이 든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문이 들어와 5만원 이하 가격이 찍힌 영수증을 첨부해서 배송하지만 선물 자체가 부담스러워 반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화훼농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소비 위축으로 국내 원예 산업 근간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저렴한 가격의 꽃 소비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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