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병기

몰운대에 앉아

 

김병기

 

서풍으로 불겠소

여름은 남에 있고

지금은 노을도

익는 저녁

 

바람이 불면

맑은 눈빛을 내주고

밥알 같은 아이를 낳겠소

 

한철의 슬픈 낙태는

사랑을 응고시켰지만

이젠 가을이잖소

 

익지 못한 씨앗은

마른침에 불과하오

차라리 갈바람으로

활짝 마음을 열겠소

 

△시집 ‘꽃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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