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중국 연변대 조선어문학과 교수>

 

‘공정하면 판단이 현명해지며,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그분에게는 남들한테는 보이지 않는 이런 기운이 풍긴다. 표정,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도 그러한 기품이 넘친다. 그 안에 담긴 인격의 향기가 저절로, 숨김없이 바깥으로 풍겨 나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존경하는 분이 두 분 계신다. 한 분은 존경하는 나의 할아버지시고, 다른 한 분은 중국과 한국 양국을 오가며 민족과 민중의 앞날을 위하여 열심히 뛰어 다니시는 포석 선생의 종손으로 15년째 한번도 거르지 않고 중국 연변의 ‘포석 조명희문학제’ 행사에 참석하시고 이 행사를 지원해오신 분이다. 그분은 동양일보를 창간한 언론인이자 시인이며 충북예총 회장이시다. ‘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를 조직하여 해마다 충북 곳곳을 순회하면서 시 낭송회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충북 진천과 중국 연길에서 포석 조명희문학제를 주관하는 문화운동가이다. ‘사랑의 점심 나누기’운동을 전개하여 저 멀리 아프리카 오지의 가난한 어린이를 위하여 학교를 지어주고 있는 뜻 깊은 봉사활동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분은 10년이 넘는 동안 문인, 교육자, 언론인 등 중국동포들의 정신문화를 이끄는 이들을 100명이 넘게 충북에 초청하여 독립기념관이며 시낭송 무대 등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애를 쓰셨다. 그분이 해마다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증조부 되시는 포석 조명희 선생의 문학제를 성대하게 열어 우리 민족문학을 재조명하면서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의 진행을 맡아오면서 매번 그 무언가가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며 잔잔한 감동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분은 또 중국에 ‘포석 조명희청소년문학상’도 만드셨는데 이는 이국땅에서 자라나는 우리 민족 아이들에게 조명희에 대하여, 또 그를 통하여 민족과 민중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미래의 꿈나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특히 연길에서 개최되는 ‘포석 조명희 문학제’ 행사의 클라이막스인 그분의 매끄러운 마무리 인사의 말씀은 그 자리에 참석한 이 시대를 함께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을 것이고, 포석이란 누구이며, 민족이란 무엇이며,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 있나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강력하고 힘있는 그분의 목소리가 어느 누군가 에게는 더 큰 힘과 더 큰 꿈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중국 연길에서 1회 포석 조명희문학제 행사에 참석하여 그분과 인연이 닿아서 지나온 15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 그제 날의 그 젊고 패기 넘치시던 분도 이젠 백발의 70대가 되셨다. 그러나 그 위엄과 기품은 아직도 여전하시다. 미소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분의 여행 에세이집 ‘중국대륙 동서횡단 2만5000리’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감탄을 금할 길 없다. 그분은 탐험가도 직업적인 여행가도 아니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 중국 대륙 동서횡단을 첫 번째로 한 사람이다. ‘60년만의 휴가’를 중국대륙 동서횡단 2만 5000리를 했다는 점, 어느 누가 감히 이런 과감한 도전을 할 수가 있었을까. 중국에서 첫 해가 뜨는 훈춘에서 실크로드 종점 카스까지 기나긴 겨울철의 여정, 그 용기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용기는 모든 것의 바탕이다. 용기가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고 용기가 있어야 도전할 수 있다. 절망의 나락에서도 용기만 있으면 다시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법, 그분은 우리 모두에게 더 큰 희망의 열매를 심어주셨다.

매번 그분의 시집과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나는 흥분한다. 너무나도 주옥처럼 다듬어진 글줄, 말의 함량이란 이런 것이구나. ‘글은 이렇게 읽은 이에게 감동과 흥분을 주었을 때 훌륭한 글이 되지 않겠는가!’ 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글을 읽고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점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오늘도 이 글을 보는 어느 누군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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